언중언

[언중언]바람

바람만큼 인류 문명이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것도 없다. 삼국유사에 나온다. 환웅이 인간을 다스리려 하늘에서 내려올 때 우사(雨師), 운사(雲師) 등 비와 구름을 가져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바람인 풍백(風伯)이었다. 비, 구름보다 바람이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기압 차 때문에 바람이 생긴다. 태양열로 데워진 대기가 지구에 닿으면 지구가 따뜻해진다. 이때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그 빈자리에 차가운 공기가 메워진다. 이 차가운 공기는 다시 데워져서 위로 올라가는데 이를 대류 현상이라고 한다. 이런 순환 운동이 반복되면서 바람을 만들어 낸다. ▼유럽의 항해가들은 무역풍에 의해 아메리카 대륙에 닿을 수 있었다. 규칙적으로 부는 바람 덕택이었다. 아무도 '바람' 그 자체를 볼 수 없다. 그러나 바람을 느낄 수는 있다. 보트를 움직이게 하고, 나뭇가지를 흔들며, 무더운 여름날의 더위를 식혀 준다. 바람을 가장 잘 이용하는 것이 새다. 새는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도 날개의 양쪽 끝을 완전히 펴 활공하면서 날아다닌다. 100m 높이에서 활공하기 시작하면 수평으로 1,600m 정도를 날 수 있다고 한다. 대기 속에 약간의 바람만 있어도 새는 상승기류에 의해 비행을 계속할 수가 있다고 하니 바람은 새들의 동력이다. 거미는 날개를 사용하지 않고 긴 거미줄을 바람에 날리면서 이동한다. 때로는 수백만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다니는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이를 '천사의 머리카락'이라 부른다. ▼도내 여야 정당이 내년 4·13 총선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1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승리를 위해 현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세 결집에 나섰다. 민심은 선거 때마다 요동쳐 변화를 가져왔다. 이번 총선에서도 민심은 바람을 탈 것이다. 유권자들에게 무슨 바람이 불어 어떤 강원도 정치 지형도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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