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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정본 백범일지'

작성자가 확정적으로 표기한 최초의 문서가 원본이다. 그 중요성을 온전히 활용하기 위해 공증 권한을 갖는 사람이 원본에 기하여 작성한 것을 정본(正本)이라 한다. 이는 법률상 원본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민사소송법 제355조 1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법원에 문서를 제출하거나 보낼 때에는 원본, 정본 또는 인증이 있는 등본으로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사위(四圍)가 희뿌연 안개로 뒤덮였던 지난 19일, 휴전선 턱밑인 파주출판단지 열화당책박물관에서 열린 '정본 백범일지(열화당 간)'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백범 김구의 친필본 '백범일지(보물 제1245호)'를 되살린 한문본과 한글본을 동시에 출간한 뜻과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자리였다. 열화당 대표인 이기웅 발행인이 직원, 관련 분야 전문가·장인들과 함께 3년간 심혈을 기울여 친필에 담긴 백범의 의지까지 되살려냈다. ▼“염(殮)을 했습니다.” 이기웅 발행인은 백범의 심정을 온전히 묶어내고자 염부(殮夫), 염꾼의 자세로 임했다고 술회했다. 아울러 다음 달 초, 신년벽두에 파주 헤이리에서 착공하는 '안중근기념 영혼도서관' 총서 첫 소장본으로 이 책을 모시겠다고 밝혔다. 열화당에서는 200부 한정판만 찍었고, 책을 모셔 가는 비용(책값)이 없는 관계로 영혼도서관 건립기금을 기부한 분들에게 드리기로 했다.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장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민족의 사표이신 백범의 절절한 심정이 이 정본을 통해 국민 모두의 가슴에 새겨지길 소원한다”며 기뻐했다. 백범일지 원본은 세로쓰기 다. 정본도 그렇게 배열됐다. 이기웅 발행인이 예전에 들려줬던 말이 머릿속에 생생하다. “가로쓰기는 시선, 머리가 좌우로 반복되게 마련이죠. 부정이 아닙니까. 반면 세로로 배열된 글을 읽으려면 시선, 머리가 위에서 아래로 거듭해서 숙여지지요. 글쓴이의 뜻을 수긍하는 것이죠. 긍정입니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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