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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갭이어(Gap year)'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딸 말리아 오바마가 최근 대학 진학을 미루고 '갭이어(Gap year)'를 선택해 갭이어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갭이어는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들이 여행이나 인턴십, 봉사활동 등으로 견문을 넓히고 진로를 탐색하는 기간을 일컫는다. 공부만 하던 학생들이 진정한 삶을 깨달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비용이 무려 4만 달러에 달해 부유층 전유물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도 '갭이어족'이 늘고 있다. 갭이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내 한 업체에는 지난해 500명 이상이 등록했다. 이 같은 수치로 미루어 볼 때 프로그램에 등록하지 않은 갭이어족은 수천명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어느덧 우리 사회에는 잠시 멈춰서 스스로의 삶을 돌아볼 시간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리포베츠키는 “사람들은 행복이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심한 절망과 상실감을 경험한다. 그리고 행복을 말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흔히 슬픔이 묻어 있다”고 말한다. 행복은 쫓아가서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나무는 마디가 있어서 단단하다. 사람도 자신의 인생에 적당한 쉼표를 찍어야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 때로는 우리의 삶에도 여백이 필요하다. ▼기업 안식년제에 대한 재미있는 설문조사가 있다. 채용전문기업 코리아리크루트(주)가 직장인 1,052명을 대상으로 안식년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96.5%의 직장인이 안식년 제도에 찬성했다. 하지만 실제로 안식년 제도가 있는 회사는 9.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인지 온라인 교육기업 휴넷의 100세 정년에 5년마다 한 달 유급 휴가는 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를 가르치는 방법을 바꿔 나가야 한다'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이 생각난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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