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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민자고속도로의 부메랑

조선 중기 흥선 대원군은 세도정치에 의해 땅에 떨어진 왕실의 권위를 높이고 중앙집권적인 왕권강화를 위해 경복궁을 중건했다. 대원군은 경복궁 중건에 필요한 엄청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백성들로부터 원납전(願納錢)을 거둬들였다. 경비가 더욱 필요해지자 세목(稅目)을 설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른바 서울 성문의 통행세다. 1867년 2월부터 서울의 4대문을 통과하는 사람들에게 부과했다. 악세(惡稅)라는 백성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1873년 10월에 폐지했다. ▼옛날부터 통행세는 국부(國富)의 원천이었다. 고대 이스라엘의 솔로몬왕은 중계무역과 통행세로 부를 축적해 이스라엘을 막강한 왕국으로 이끌었다. 스위스 출신의 앙드레 보나르는 '그리스인 이야기'란 책에서 “기원전 8세기에 쓰인 '일리아드' 속 트로이 전쟁이 신화가 아니라 실제 일어난 일”이라며 “전쟁 원인은 통행세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세 라인강 주변의 영주들은 강변 요새에 경쟁적으로 성을 쌓고 소금배와 통행인에게 통행세를 거뒀다. 오스만제국이 죽기 살기로 이스탄불을 빼앗은 것도 상인들에게 통행세를 징수하기 위해서였다. 통행세는 거두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거저먹는 것과 같다. 반면 통행세를 내는 사람은 불만이 크다. 아무런 혜택은 없으면서 돈만 떼인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요금 폭탄'이란 오명을 쓴 민자고속도로 춘천~서울고속도로가 개통 6년 만에 국토교통부의 통행요금 재승인을 앞두고 있다. 2010년 개통한 춘천~서울고속도로(61.4㎞)는 당시 요금이 도로공사 요금보다 2배가량 많은 5,900원으로 결정, 지역사회의 큰 원성을 샀다. 정부가 시행해야 할 국책사업을 민간투자사업으로 떠넘긴 부메랑이 무더위와 겹쳐 불쾌지수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는 요즘이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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