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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술독에 빠진 사회'

술을 예찬한 글은 동서고금을 통해 넘쳐 난다. 주선(酒仙)이라던 중국 당대 시인 이태백의 시가 대표적이다. 서양에서도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가 '취하시오'라는 산문시를 남겼다. “시간으로부터 탈출하려면 취하는 길밖에 없다”면서 애주가들을 부추긴 것이다.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가나니…”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술의 노래'도 유명하다. 물론 직접적으로 음주를 권장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가 사랑한 여인의 뺨 위 보조개를 '천사의 실수'로 비유했을 때 술의 마력을 한껏 치켜세운 것 같다. 보조개란 게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천사가 '신성(神性)의 액체 한 방울'을 실수로 떨어뜨린 자국이라니…. ▼경제 불황 속에 술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해 주류에 붙는 세금이 역대 최대 규모란 소식이다. 2015년 세수 가운데 주세는 총 3조2,275억원으로 전년보다 13.2% 증가했다. 국내 주세 징수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사상 처음이다.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 직후인 1999년(2조780억원)에는 2조원을 돌파했다. '술독에 빠진 사회'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런 통계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는 소설가 현진건이 일찍이 개탄(?)했던 '술 권하는 사회'임을 누구나 안다. 각종 모임에서 독한 술을 많이 마시는 이들이 인기를 끄는 풍속도도 어제오늘 생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비용 또한 만만찮다는 것이다. 수레 하나로는 술 예찬론을 가득 실을 수 없다지만, 술의 해악을 알리는 서적으로는 작은 도서관의 서가를 모두 채울 수 있다지 않은가. ▼미국 소설가 피츠제널드는 지나친 음주를 이렇게 경고했다. “처음에는 네가 술을 마시고, 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그 다음에는 술이 너를 마신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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