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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볼가강의 음률

한(漢), 양쯔, 갠지스, 라인, 도나우. 각각의 나라·민족의 젖줄이자 풍요의 상징이 되고 있는 강이다. 러시안들에게는 '볼가강'이다. 3,700㎞, 유럽에서 제일 긴 물줄기다. 러시아인들의 정서에는 '어머니 강'이다. “볼가강에 음악이 흐르면 겨울에도 꽃이 핀다”고 믿는다. ▼'볼가' 하면 먼저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 러시아인들이 톨스토이와 나란히 꼽는 작가, 사실주의 회화의 거장 일리야 레핀(1844~1930년)의 '볼가강의 배 끄는 인부들'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미술아카데미에 재학 중이었던 레핀이 무려 3년간 현지를 답사해 숨결을 담아낸 역작이다. 뱃사람들이 겪는 가혹한 노동이 소재이자 주제로 사회적 모순과 절망적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밀란 쿤데라의 표현을 빗대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힘겨움'이다. ▼도도한 물줄기에 깃든 삶의 자취와 애환이 민요로 전해 오듯 볼가강에도 분명 있다. 우리의 '아리랑'이 한강 상류지대, 정선지방에서 유래됐듯 '볼가강의 뱃노래' 역시 러시아의 대표적인 민요다. 후렴구로 읊는 “에이우후넴…”, “아이다다 아이다….” 비인륜적인 상황을 이겨내고자 뿜어내는 노동요, 음률이다. ▼2017 평창대관령음악제가 도내 곳곳에서 감동을 발산하고 있다. 올해 연주회의 테마가 러시아다. 'Great Russian Masters-볼가강의 노래'를 주제로 클래식 음률의 또 하나의 본고장인 러시아 음악을 집중해서 들려준다는 소식이다. 러시아 혁명 100주년의 해에 강원도에서 듣는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 등의 주옥같은 음률이 묘한 뉘앙스를 느끼게 할 듯하다. 니체, 릴케, 프로이트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의 시 '볼가강'을 읊조리며 귀 기울인다. “너 비록 멀리 있어도 난 너를 볼 수 있다/ (…).”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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