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다른 이야기, 그런 음악

귀가 두 개인 이유라고 해석한다. 다른 소리도 들으라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한쪽 말만 들으면 편견에 빠지기 십상이라는 충고다. 우선은 이런저런 견해를 두루 청취하고 나서 당위성과 가치를 판단하라고 강조한다. 서로 다른 견해, 이해 충돌을 조율하는 긴요한 방안이기도 하다. ▼E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강대국의 비밀'이다. 로마, 몽골제국, 대영제국, 상업의 맹주 네덜란드,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초강대국 미국이 그랬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관용'을 베풀었다는 것이다. 책으로 엮었으니 '강자의 조건(MID 간)'이다. 표제에 달린 부제, '군림할 것인가 매혹할 것인가'에서 직감한다. 그런가 하면 '신(新)국부론'이라고 소개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국역 시공사 간)'의 고찰도 마찬가지다. 다른 생각을 차단하고 적으로 간주하는 데서 퇴보한다는 것이다. ▼헤겔의 변증법을 논리학적으로 도식화한 정반합(正反合)론도 같은 맥락이다. 기본적인 구도를 정(테제)으로 삼으면 그것과 상반되는 쪽이 반(안티테제)으로 설정된다. 이들 두 테제의 갈등을 통해 정·반이 모두 배제되고 합(진테제)으로 초월한다는 논지다. 철학자 들뢰즈 '차이와 반복(국역 민음사 간)'이 곧 진화다. 이를 음악을 들어 설명하니 차별화된 악보 해석을 통해 새로운 미적 경험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무더위를 명곡의 선율로 식히는 시즌이다. 평창대관령음악제가 31일 막을 올려 다음 달 10일까지 알펜시아 콘서트홀을 비롯해 도내 곳곳에서 펼쳐진다. 올해 주제가 '다른 이야기(A different story)'다. “각각의 공연을 스토리텔링화했으나 이어지기도 하고 일탈하기도 하는 묘한 관계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게 음악감독 손열음의 설명이다. '아도르노의 음악미학'에 나오는 문구다. “아도르노의 현재적 가치는 그를 향해 계속해서 새로운 음악비평적 물음을 던지고 그의 개념적 사유에 대해 끊임없이 재해석하도록 유도하는 치열한 비판적·변증법적 정신에 있다.” 세상살이의 구조와 가치를 음률로 체감해 볼 기회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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