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함백산 정암사 `수마노탑'

믿기지 않기에 신기하다. 그 믿음이 종교의 존재 이유이고 생의 에너지다. 불교에서 '적멸보궁(寂滅寶宮)'이 기도처로 각광받는 게 그 신비로움에 기인한다. '번뇌가 사라져 깨달음에 이르는 보배로운 궁전'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니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5곳이다. 설악산 봉정암(속초), 오대산 상원사(평창), 사자산 법흥사(영월), 영축산 통도사(양산), 그리고 함백산 정암사(정선)에 있다. ▼적멸보궁에는 불상이 없다.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봉안한 곳이어서다. 정암사의 경우는 신비로운 돌로 쌓은 거대한 칠층석탑에 사리가 안치돼 있다고 믿는다. '삼국유사' 권4 자장정률조에 함백산 정암사와 자장율사의 연유, 입지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수마노탑(水瑪瑙塔)에 대한 유래도 각별하다. 마노석은 수정류와 같은 석영 광물, 보석이다. 칠보(七寶) 중의 하나다. '물에서 건져 올렸다'고 해서 수마노석이다. 이것을 가져다 고지대 산기슭에 쌓아 1,000년의 세월을 버텨냈다. ▼정암사 적멸보궁 뒤쪽 절벽에 아스라이 솟은 수마노탑은 강원도 유형문화재를 거쳐 현재 보물 제410호(문화재청 지정)다. 가파른 산비탈에 9m 높이의 아득한 탑을 쌓은 지혜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벽돌처럼 돌을 다듬어 쌓아 올렸다고 해서 모전석탑(模塼石塔)이라고 한다. 수정처럼 단단한 수마노석을 정교하게 다듬은 정성도 그렇거니와 7층, 층층 기단에 풍령까지 달아 놓은 정성이 신비로움을 더하게 한다. ▼이 탑 역시 장구한 세월을 견뎌내며 12차례에 걸친 보수작업이 있었다고 추정한다. 그럼에도 “첫 조성 당시의 원형을 유지하는 선에서 보정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주장이 학술논문으로 제시돼 있다. 이 수마노탑이 세 번째 국보 승격 도전에 올라 있다. 어제(19일) 문화재청 실사단이 현장조사를 벌였다. 천주교 고한성당에서도 수마노탑 국보 승격을 기원하는 현수막을 내걸 정도로 지역사회의 정성이 지극하다. 지성감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했으니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으로 믿고자 한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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