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착한소비,착한경제]학교·식당·기업…필요한 것 모두 주민 힘으로 만든다

(7)마을공동체의 형성과 진화

◇성미산 마을 사람들의 출자금으로 마련된 카페 작은 나무.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한다. ◇마을기업인 비누두레에서 판매하는 친환경 수제 비누. ◇성공사례로 꼽히는 '성미산 밥상'. (사진 위 부터 시계방향)서울=김효석기자

착한경제가 주로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진행됨에 따라 그 성과는 해당 지역의 공동체 형성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마을공동체'는 잦은 모임과 소통을 통해 꾸려지는 착한경제 활동의 주요한 목적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마포구 성미산 인근의 성미산 마을이다. 이곳은 행정구역으로만 구분되지 않는다. 자발적인 주민 모임을 통해 형성된 공동의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공동체 마을, 생태마을, 대안학교 등 민주주의와 사회복지를 지향하는 삶의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다.

주민들 십시일반 출자해 반찬가게·카페 등 운영

교육·환경·공동생활 바탕 자유로운 공동체 지향

“의견 충돌 있지만 발전과 행복 구축해가는 과정”

■지역 내에서의 경제활동

지난달 29일 찾은 성미산 마을은 사람들이 붐볐고 지역 내에서 돈이 활발하게 돌고 있었다.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학교와 식당, 카페, 반찬가게, 공방, 생활협동조합 등 모든 매장은 만원이었다. 점심 시간 즈음 찾은 '성미산 밥상'은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지역 생협에서 구매한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며 친환경 그릇과 세제, 친환경 냅킨을 사용하고 있었다. 파주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는 박미숙(여·30)씨는 “속이 편한 밥상, 조미료 없는 밥상을 받아보려고 찾아왔다”며 “실제 먹어보니 맛도 있고,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이 운영한다는 것이 새로웠다”고 했다.

성미산 밥상에서 받은 영수증을 가지고 50m 떨어진 '작은 나무' 카페를 가면 500원을 할인해준다. 또 '개인컵'을 가져오면 500원을 깎아준다. 공정무역으로 구매한 유기농 원두를 사용한다. 이 작은 나무 카페의 사장은 총 150여명. 주민들이 출자해 만든 곳이다.

마을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풀방구리'는 유기농비누, 세안제, 아로마 생활용품 등과 100% 수작업으로 만든 초, 지갑, 가방, 모자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비누두레의 직원은 단 2명이지만 총 매출액이 올해 5,000만원을 넘어설 예정이다.

■대안학교도 운영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성미산학교다. 역시 주민들의 힘으로 만든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는 초·중·고 과정을 합한 12학년제로 기성제도에 의한 학교 교육과정은 물론 이들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과정도 접할 수 있다.

교사 선발도 국가제도에 의한 교사 자격증 유무를 따지지 않고 경험, 사실적 능력을 우선시한다. 이 학교의 학위는 인정을 받지 못해 검정고시로 학교교육의 자격을 취득하고 있다. 학생 1명당 월 30만~40만원의 교육비를 내야 하지만 학원과 과외를 하지 않는 성미산학교의 부모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수업을 받고 있다고 했다.

4,500여명의 조합원이 있는 마포두레생협도 활성화돼 있다. 현재 3개의 매장을 운영해 연매출 5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2002년 마을 여성 8명이 공동출자해 만든 친환경 유기농 반찬가게인 동네부엌에도 직원 4명이 고용되어 반찬을 쉴 새 없이 만들고 있었다.

성미산 마을 주민 김모(50)씨는 “성미산 마을 주민 모두가 적게는 5만원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을 출자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애정을 쏟을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성미산 마을은 절대 후퇴할 수도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육아에서 출발

이 같은 성미산 마을의 출발은 1994년 자녀를 키우고 있는 20여명의 맞벌이 부모들이 아이를 건강하게 돌볼 수 있는 공동육아를 위한 어린이집을 만들면서부터다.

성미산 마을의 공동체를 활용하는 주민은 대략 1,000명으로 예측되지만 정확한 통계는 없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것도 아니고 가입을 하거나 조합원을 모집하지도 않는다. 도시 속 공동체인 성미산 마을은 교육과 환경, 공동생활에 바탕을 둔 자유로운 공동체를 지향하기 때문에 이런 의미에 동의하고 함께 하면 자연스럽게 성미산 마을 주민이 되는 것이다.

위성남 성미산 마을 운영위원장은 “성미산 마을은 가볍고 자유로우며 별도로 만든 법과 규제가 없는 평범한 마을”이라며 “삶에 있어 불편하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의논해서 스스로 만들고 해결해 가는 곳”이라고 했다.

연간 2,000여명의 체험객들이 몰리면서 '성미산 마을 지도'가 제작됐고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성미산 학교(대안학교),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 성미산 밥상, 성미산 공방, 우리 어린이집, 작은 나무 카페(동네찻집), 반찬가게, 되살림가게, 마포 FM, 미니숍 작업실 등 마을형 기업 30여 곳을 둘러볼 수 있다.

대부분의 매장, 학교 등은 옹기종기 모여있고 이외도 걸어서 10~2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다.

■'고민'은 있다

성미산 마을이 추구하는 의미와 목표를 모든 주민이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성미산 마을 체험을 하러 오는 수천명의 사람 때문에 불안정하다는 사람, 축제 때 도로를 막고 노래를 틀어 시끄럽다는 주민도 있다는 것. 40~50년 기존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 때문에 자신의 동네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주민도 있었다. 또 성미산 마을을 만들었던 제1세대 중의 반 이상은 이곳을 떠났고 지금도 역시 많은 사람이 이 마을로 들어오고 있지만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마을 공동체 운영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어 보였다.

위성남 위원장은 “주민끼리의 수차례 의견 충돌로 잦은 싸움도 있지만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발전하고 행복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라며 “오는 사람 안 말리고 가는 사람 살짝 잡는, 아주 자유로운 거버넌스 구조”라고 했다.

진유정기자 jyj85@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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