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37개로 급증한 SSM<기업형 슈퍼마켓> 골목상권 뿌리째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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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주춤한 사이 우후죽순

초저가 판매로 소비자 싹쓸이

지역 중소 유통업체 생존 위기

도내 대형마트 성장세가 꺾인 사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급증하며 골목 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원스톱 쇼핑'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였다면 SSM은 초저가 판매를 무기로 지역 유통업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있다.

22일 도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도내 대형마트 수는 15개로 정체된 반면, SSM 점포수는 28% 증가해 올해 37곳에 달했다. 시·군별로 원주가 13곳, 속초 9곳, 강릉 5곳, 춘천 4곳, 동해·홍천·횡성·영월·평창·철원이 각 1곳씩이었다.

현행법상 개업비용 중 대기업 부담률이 51% 미만이면 '프랜차이즈형 체인사업(가맹점)' 점포로 분류돼 사업 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잇따라 점포를 내고 있다.

지역 중소유통업체의 경우 'OEM사→판매사(대기업)→판매 대리점'을 거치는 반면, SSM은 판매사와 대리점을 거치지 않으면서 가격이 20~30%씩 낮다. 소비자 편익이 향상되는 측면도 있지만 영세 자영업자 위주인 지역경제구조를 흔들고 있다. 강원연구원에 따르면 SSM출점은 지역유통업체의 경영수지를 20~22%씩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 동네 슈퍼마켓 상인들의 가격협상력이 취약한 시장 구조에서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유통 약자'를 지원하는 정책도 효과가 미미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대기업이 SSM 진출을 늘려 나간 2010년부터 동네 슈퍼마켓을 '나들가게'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강원도의 경우 개점 당시 점포(574곳) 중 약 28%(159곳)가 폐업이나 운영 포기를 선택했다. 대표적인 SSM인 이마트 노브랜드의 경우 '고객 유입력'을 강점으로 도내 전통시장(동해, 삼척)과 잇따라 협약을 맺고 시장에 '상생 스토어' 형태로 문을 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노브랜드 입점 철회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임병철 춘천상업경영인연합회장은 “SSM은 지역 소매업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위협”이라며 “향토 유통자본이 클 기회를 없애는 사안인 만큼 소비자 편익을 넘어선 관점에서 법 개정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하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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