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반복되는 재난 예방이 최선>(1)반복되는 재난, 뒤로 가는 방재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칠텐가”

◇2002년 강릉 태풍 루사 당시 피해 현장의 모습. 강원일보 DB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재난.

지난 5월 2일 버마를 덮친 사이클론으로 7만8,000여명이 숨졌고, 같은달 12일 중국 쓰촨성 대지진으로 4만5,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국 역시 재난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 10여년간 한국 재난피해 규모는 연평균 2조원 규모지만 2006년 한햇동안의 피해규모만 3조5,000억원, 인명피해만 연평균 120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로 한국은 재난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재난의 80%를 차지하는 자연적 재난인 풍수해는 기상청의 잇따른 오보에서도 볼 수 있듯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인해 예측 자체가 어렵고, 이로 인한 재해 발생률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강원도 역시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와 재산피해를 낸데 이어 2006년 7월에 내린 집중호우로 1조4,189억5,30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 같은 기간 전국피해액의 95.4%를 차지하기도 했다.

강원일보는 4회에 걸쳐 도내 재난방재 대책 점검을 비롯 일본의 첨단화 된 선진방재시스템을 분석해 반복되는 재난에 대한 대처방안을 모색한다.

2002년 태풍 루사때 이틀동안 재산피해만 5조4,696억원

4년마다 대형산불 반복… 기어이 천년고찰 낙산사 소실도

日 재해예방 예산이 한국의 6배… 우리는 땜질식 복구 급급

■기후변화와 반복되는 재난

지난해 2월 발표된 UN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PC) 4차 보고서에 따르면 1906년 이후 100년간의 지구의 평균기온은 0.74℃ 상승했다.우리나라 역시 지난 94년동안 1.5℃가 상승해 지구 평균의 2배를 상회하는데다 이 중 지난 30년동안 0.6℃가 상승했다는 연구결과는 급격한 상승추세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강수량 역시 기상청 등 발표자료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평균대비 최근 10년동안 11%가 증가했고 여름철에는 증가폭이 커 1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또한 기온상승으로 인한 태풍이나 집중호우의 발생도 증가, 이로 인한 경제적인 피해규모만 1960년대 매년 1,000억원대에서 1990년대에는 6,000억원대, 2000년 이후에는 2조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2006년 기상청이 발표한 ‘최근 10년간(1996∼2005년) 자연재해 피해현황’에서도 태풍 및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46조원(피해액 18조1,700억원, 복구비 27조8,600억원)에 달했고, 인명피해도 사망 1,309명, 이재민 28만4,963명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이는 연평균 131명의 사망자와 2만8,000여명의 이재민, 4조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음을 보여준다.지난 9월 원주시에서 개최된 기후변화 대응방안 모색을 위한 포럼에서 연세대 이무준 교수의 자료를 분석하면 강원도는 기후변화의 주 원인인 화석에너지의 사용과 탄소발생에 따른 온실효과에 있어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에너지 사용량을 보이는데도 산과 계곡이 많은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매년 가장 심각한 자연재난을 입고 있다.

■도내 주요 재난

태풍 ‘루사(Rusa)’는 2002년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단 이틀동안 한반도를 강타하며 입힌 피해로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관통한 8월 31일 하룻동안에만 강릉에 870.5㎜, 대관령 712.5㎜의 비를 내려 각각 역대 1일 강수량 1·2위 기록을 경신했다.이전까지 1일 강수량 최고 기록은 1981년 9월 2일 장흥에 내린 547.4㎜였다.당시 중앙재해대책위원회가 피해를 집계한 결과, 인명피해는 사망 124명, 실종 60명 등 모두 184명에 달했고, 재산피해 금액은 무려 5조4,696억 원에 이르렀다.

2003년 9월 11∼13일 남해안을 강타한 태풍 ‘매미’는 최대 순간풍속 60m/s의 바람과 하루 157㎜의 폭우를 동반해 사망 15명에 이재민만 2,700여명 재산피해액 7,870억원이라는 아픈 상처를 남겼다.

2006년 7월 14∼24일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는 더욱 심각했다.

집중호우 기간에 누적강우량 봉평 694㎜, 횡성 650㎜, 청일 612㎜, 서곡 554㎜, 인제 441㎜, 양양 325㎜, 평창 344㎜ 등으로 인제, 양양, 평창, 한계령관측소의 경우는 지속기간 1시간 당 최대강우량이 83㎜, 97㎜, 103㎜, 82㎜, 113.5㎜로 200년 빈도의 규모를 나타냈다.피해액은 총 1조4,189억5,300만원으로 같은 기간 전국 피해액 1조4,869억5,900만원의 95.4%를 점유했을 정도.재난은 수해에만 그치지 않았다.

1996년 4월23일 고성군에서는 비무장지대에서 산불이 나 3,763㏊를 태웠고, 2000년 4월7일 삼척시에서는 순간최대풍속 23.7m/s의 바람을 타고 1만7,097㏊의 산림이 모두 불에 탔다.4년마다 대형 산불이 나더니 어김없이 2004년 3월 10일 속초에서 고압선이 절단되며 180㏊의 산림을 태우는 산불이 발생했고, 이듬해 4월4일 양양에서 산불이 나 193㏊의 산림과 함께 천년고찰 낙산사를 소실하는 재난으로 이어졌다.

■뒤로 가는 소방방재

복구보다 예방을 중요시 하는 일본의 경우 연평균 방재 예산의 약 75%를 예방에 나머지 25%를 복구에 투입하고 있다.예산액으로 따지면 재해예방에 연평균 22조6,195억원, 피해복구에 7조2,642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한국은 연평균 예방비로 55%(3조5,172억원), 복구비로 45%(2조9,715억원)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재해예방 예산은 19조2,604억원이었고 한국은 3조1,661억원으로 재해예방 예산이 한국의 6배에 달한다.물론 단순한 금액적 비교는 무의미 할지라도 한국의 예방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급급한 방재정책을 보여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재난관리의 체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은 예방-준비-대응-복구의 4단계로 나누어 통합적인 재난관리를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재난관리업무는 중앙부처에 분산되어 있고 관련법도 50여개의 개별법으로 산재돼 있는 실정이다.

예방단계의 안전점검 활동도 개별법에 의해 행안부의 소방, 유·도선, 국토해양부의 시설물·건축물·교통, 환경부 대기수질오염 등으로 나뉘어 있고, 중앙정부가 총괄 지도 감독하면서 현장 예방업무는 지자체 소관 부서별로 수행되기도 한다.특히 재난 예방과 복구를 위해서는 현장 전문가 공무원을 양성해야 하는데도 잦은 인사이동으로 전문성을 축적하지 못하고 재난 관리대책이 탁상 계획으로 문서작성에 그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또 재난이 발생할 경우 땜질식 복구에만 급급한 채 하천마다 콘크리트 제방을 설치하고 계곡을 막아버리는 사방댐에 의존하는 사후약방문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매년 반복되는 이같은 재난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예방에 주력하고 국가와 지자체, 국민이 함께 지혜를 모아 방재대책을 수립하자는 목소리가 모아지고 있다.

원주=김영석기자 stone@kw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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