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박성숙의 독일교육 이야기]역사수업은 바른 역사관 키우는 의식교육

[교육칼럼 `독일 교육 이야기' 연재합니다]

◇박성숙 '독일교육 이야기' 저자

본보는 '꼴찌도 행복한 교실' '독일교육 이야기'의 저자 박성숙씨의 교육칼럼 '독일 교육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일 교육 이야기를 바탕으로 교사 및 학부모들의 교육관과 한국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줄 '독일 교육 이야기'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관심 바랍니다.

그동안 선택과목이라 입시에서 홀대 받았던 역사를 다시 필수로 지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청소년이 한국사를 모르는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과연 무엇 때문에 한국사를 알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명확하게 틀이 갖추어진 것 같지 않다.

지금까지 한국식 역사수업은 주입식 암기 위주였다. 앞으로도 이런 수업방식이 계속된다면 역사교육 강화는 무의미한 선언적 발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역사교육의 가장 큰 목적은 비판의식을 갖고 역사를 보는 안목을 키우면서 바른 역사관을 정립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의 역사교육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역사뿐만 아니라 모든 독일 현대 교육의 출발은 2차 대전 나치의 잔학상에 대한 반성의 기저 위에서 출발한다. 독일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경쟁력을 강화해 지적으로 훌륭한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인격을 겸비한 비판의식 강한 사회인을 키워내는 일이다. 그런 교육관을 가장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수업이 바로 역사과목이다. 독일 초등학교의 첫 번째 역사공부는 보통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를 배우면서 시작한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동네를 일주하며 유적과 유물을 직접 견학 관찰하고, 마을을 상징하는 문장을 그리며 자신이 사는 동네가 어떤 역사를 간직한 곳인지 알아간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단순한 역사적 사건의 흐름과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발생한 원인과 목적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고 어떤 결과가 나타나게 되었는지, 그로 인해 오늘날 어떤 변화가 왔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본다.

고학년 역사수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한 주제가 끝나고 마지막에 하는 토론이다. 예를 들어 '2차 대전과 히틀러의 독재'에 대해 배운다면 '우리는 과연 2차 대전을 무산시킬 수 있었을까'에 대해 토론한다. 아이들은 '제지할 수도 있었다'와 '전쟁을 막지 못했을 것이다.'란 두 가지 주장으로 팽팽히 맞서며 그 당위성과 방법론을 제시한다. 토론은 대부분 마지막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끝난다. 선생님도 아이들이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줄 뿐 일체논점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고 결론 내리지 않는 조력자 역할만 한다. 10시간 과정의 단원이면 주입식 교육은 1시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독일 역사수업은 단 한 순간도 “왜?”라는 의문을 덮어두고 지나가지 않고 끊임없이 비판하고 사고하며 바른 사관을 만들어가는 의식교육이다. 얼마 전 EBS에서 '독일 교육 이야기'를 취재하기 위해 쿠벤 김나지움(Couven Gymnasium)을 찾아왔었다. 그때 그 학교 부세 역사 선생님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오늘을 바르게 살기 위해서다.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들이 박제된 과거로만 존재한다면 역사는 가치가 없다. 그 과거를 통해 오늘을 바로 보기 위한 공부가 역사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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