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박성숙의 독일교육 이야기]“절대평가 필수 요소는 강력한 교권”

◇박성숙 '독일교육 이야기' 저자

한국도 중고교 내신 절대평가 추진

교사의 평가 결과 못 믿으면 물거품

성적표 내 석차 반드시 사라져야 해

독일은 성적 비교우위 구별 못 하게 해

한국교육개발원이 현행 상대평가 방식의 중고교 내신제도를 2014년부터 절대평가로의 전환을 연구 중이라고 한다. 유급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F'단계까지 도입, 독일 교육제도와 흡사한 방향이다.

최근의 변화들을 보면 많은 부분 유럽식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실제로 한국 교육환경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론적으로 내신 성적 절대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경쟁을 완화하면서 아동의 창의성과 협동심, 사회성을 함께 키우기 위해 우리 교육이 가야만 하는 필연적인 길이다. 그러나 교육현실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절대평가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교육환경은 강력한 교권이다. '학교정보 공시제도'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활용하면 큰 부작용 없이 전환이 가능하다는 전제는 지나친 낙관론이다. 교사의 평가 결과를 믿지 못하고 학부모와 학생, 교사 간에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한다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절대평가는 좌초될 것이다. 교사의 주관과 양심이 평가기준이 되어야 하는 토론수업이나 협동학습의 점수화는 지금처럼 땅에 떨어진 교권으로는 불가능하다. 절대평가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학부모와 교장의 절대적인 신임이 동반되어야 한다.

둘째, 석차가 사라져야 한다. 성적표에 석차가 존재한다면, 당장 눈에 보이는 경쟁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고 절대평가의 취지는 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독일 학생들은 성적표를 받아도 어림짐작으로 상중하를 나눌 수 있을 뿐 정확히 비교우위를 구별할 수 없다. 절대평가에 익숙해지면 아주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친구 중 누가 경쟁자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기도 쉽지 않은 평가 시스템이다.

셋째, 경쟁이 존재하는 절대평가는 빛 좋은 개살구다. 내신 성적 하나 절대평가로 돌린다고 '너의 성공은 나의 실패'라는 기존의 경쟁의식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지기보다는 그것을 위해 분명 또 다른 사교육이 등장할 것이다. 토론을 잘하기 위해서는 토론 학원을 다녀야 할 테고, 또 협동학습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공부 못하는 친구와의 공동 작업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협동수업의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학교에서부터 계층 간의 위화감만 조성될지도 모른다. 독일에서 4, 5명이 함께하는 협동학습은 성적과 무관하게 팀을 구성한다. 교사가 관여해도, 학생 스스로 팀을 짜도 친한 친구가 우선이지 성적을 먼저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구성된 팀이 한 학기 내신 성적 절반의 비중을 차지하는 똑 같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독일 학생들이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진학을 위한 첨예한 경쟁이 없고 경쟁이 없는 이유는 한국식 명문대학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짚어 가다보면 한국에서의 절대평가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순서가 뒤바뀌긴 했어도 제도를 먼저 도입해 운영하다 보면 조금씩 근본 문제들을 돌아볼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절대평가로의 전환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고 바람직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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