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희귀병 아이까지 삼형제 입양한 농촌부부”

◇21일 오전 춘천시 서면 월송리 경왕현, 김순화씨 부부가 막내 찬혁이를 앉고 환하게 웃고 있다.

춘천 서면 경왕현·김순화씨 2007년부터 선행

직접 낳은 두 딸도 동생들 돌보며 가족애 키워

재배한 무공해 배추 복지시설에 기부하기도

“희귀병 앓는 아들 규진이 보다 하루 더 많이 사는 것이 소원입니다.”

농촌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경왕현(50·춘천시 서면), 김순화(43)씨 부부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들 규진(4)이와 같은 장애아동들에게 희망을 나눠주고 있다. 이들 부부가 장애아동에게 관심을 갖고 선행을 시작한 것은 2007년 셋째 규진이를 입양하면서부터다.

외국으로 입양되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 경씨는 결혼 후 부인과 입양 계획을 세우고 두 딸이 중학생이 되자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처음 입양한 규진이가 희귀병인 신경섬유종증 판정을 받아 병원을 전전했지만 병이 조금씩 호전되면서 복지관에도 보낼 수 있게 됐고 희망이 가득찬 하루를 보내고 있다.

또 규진이가 외롭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 2008년 넷째 슬찬(3)이를, 지난 6월에 막내 찬혁(1)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이제는 훌쩍 커버린 두 딸도 경씨 부부의 영향을 받아 장애아동을 돕는데 두 팔을 걷어붙였다. 아픈 아이들은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필수인 만큼 규진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돕고 싶어 지난해부터 배추 기부를 시작했다. 지난 17일에는 시각장애아동들이 생활하는 춘천 참사랑의 집에 배추 700포기, 명진학교에 600포기를 각각 보냈다. 대학 입학을 앞 둔 첫째 딸 경하늘(18)양은 어려운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피고 싶다며 유아교육과를 선택했고 결혼을 하면 입양을 하겠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규진이를 키우면서 잃은 것보다 배우는 것이 더 많다는 부인 김씨는 “아이들이 좋은 음식을 먹었으면 하는 마음에 작은 일을 한 것 뿐”이라며 쑥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남편 경씨도 “작은 정성이지만 직접 재배한 배추로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며 “소원이 있다면 평생 규진이 같은 어려운 친구들을 도우며 규진이보다 하루 더 많이 사는 것”이라고 했다.

배추를 전달받은 참사랑의 집관계자는 “아이들 건강에 좋은 무공해 식재료를 받아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며 “추운 겨울 따뜻한 마음으로 다 같이 모여 김장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박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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