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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Week+ 100년의 전통 강원의 맛]갈색 국물의 비밀

(4) 원주 `엄나무집 삼계탕'

(1)'엄나무집 삼계탕'은 엄나무와 한약재로 12시간 이상 끓여 닭 특유의 잡내를 잡아주고 담백한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2) '엄나무집 삼계탕'은 현재 아들 내외가 대를 잇고 있다. 왼쪽부터 임병철(41) 제2대 사장과 부인 권미자(39)씨, 임 사장의 어머니 백은옥(69) 제1대 사장과 남편 임경상(76)씨.(3)백은옥 제1대 사장이 엄나무와 한약재를 넣어 만든 육수를 끓이고 있다.원주=오윤석기자

한약재 들어있지만,

한약 냄새 나지 않으면서,

한약의 효과 극대화

바다의 산삼 전복과 쓰러진 황소도 일으킨다는 산낙지와의 맞대결에서 당당히 승리한 엄나무가 있으니 그 이름은 바로 '엄나무삼계탕'이렷다. 사시사철 엄나무삼계탕을 먹기 위한 사람들로 골목길 안쪽 후미진 곳은 연신북적이고, 지나가던 행인도 한 번쯤은 호기심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곳. 빌딩 숲으로 이뤄진 도심 속 야트막한 한옥집에 엄나무가 우뚝 버티고 선 것부터 범상치 않고 줄지어 들어가는 사람들 위로 어머니의 후덕한 미소가 일품인 간판을 보면 저절로 입맛이 당긴다. 에어카리스마 김주성도 반하고, 코트의 황태자 이승준은 그 깊은 맛에 울고, 우리나라 최고의 요리연구가 이혜정도 비단결 같은 부드러운 맛이라고 극찬했으니 바로 그 말로만 듣던 엄나무삼계탕.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이 무엇인지 2대째로 이어져 온 엄나무삼계탕의 매력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최고의 요리연구가 이혜정도

"비단결 같은 부드러운 맛" 극찬

전복도 산낙지도 울고 간 엄나무

가마솥 센 불서 12시간 이상 '펄펄'

알려줘도 흉내 못 내는 육수 완성

한약재 양 조절은 최고의 경지

삼계탕 고수 중 최강 자리에 등극

■새벽 5시, 엄나무삼계탕 비밀의 문이 열린다

엄나무삼계탕만의 특별한 맛의 비밀이 열리는 새벽 5시. 어둠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시간. 엄나무집 삼계탕 큰아들 임병철(41) 제2대 사장이 전날 오후 7시부터 가마솥에 끓이기 시작한 엄나무 물에 음양곽과 황기·당귀 등 한약재를 추가로 넣고 다시 2시간여를 푹 끓이면 갈색국물의 구수한 육수가 완성. 각종 한약재가 들어가 있지만 삼계탕에서 한약 냄새가 나지 않으면서 한약의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데만 꼬박 5년여의 시간이 필요했으니 누구에게 알려줘도 이 맛을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약 냄새로 손님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한약재의 양을 조절하는 건 그중에서도 최고의 경지에 이르러야 할 수 있는 비법 중의 비법. 저울도 디지털을 사용하기보다 옛 저울을 고집해 손맛을 한층 더 살린 것이다.

단골 손님에게 회장님으로 불리는 백은옥(69) 제1대 사장은 “가마솥에 끓여야 국물도 잘 우러나고 엄나무에서 맛있는 성분이 나와. 그리고 센 불에서 12시간 이상 펄펄 끓여야 비로소 제대로 된 육수가 나오는 것이지. 육수를 집에 가져가면 묵처럼 부드럽게 굳는데 그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육수라고 말할 수 있는 법이야.” 흑미와 찹쌀을 넣고 경건한 마음으로 양다리를 살짝 꼬아주는 센스를 보인 뒤 다시 한 번 뚝배기에 펄펄 끓이고 나면 낙지도 울고 전복도 울었다던 바로 그 엄나무삼계탕 완성이요. 삼계탕 뚝배기 한쪽에 살짝 넣어주는 찰밥은 어머니의 마음을 담은 덤이라고나 할까.

■엄나무삼계탕 전국 평정

백은옥 회장은 2009년 삼계탕의 고수들이 겨루는 최강의 달인에 강원도의 명예를 걸고 참가해 최강의 자리에 등극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엄나무삼계탕의 맛을 본 요리연구가는 닭의 쫄깃함이 있고 입 안에서의 식감은 부드러우면서도 마치 비단결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감탄할 정도였다니 그 맛이야 전국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백 회장은 “영계를 사용하지만 개업 때부터 영계 중에서도 큰 것만 사용해 영계의 푸짐한 체구가 커다란 뚝배기 안에 조신하게 있으면 손님들이 그 위용에 반할 정도”라고 수줍게 웃었다. 엄나무를 두고 우리 선조들은 엄나무 가지를 대문이나 방문 위에 걸어두면 나쁜 질병이 집안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믿었을 만큼 신령스럽게 생각하기도 했다니 별미는 별미일 것. 춥고 움츠러드는 겨울에도, 땀나고 기운 빠지는 여름에도 한 그릇 뚝딱 먹고 나면 기운나고 온몸이 따뜻해지는 엄나무삼계탕 일단 한 번 드셔보세요.

■큰아들 2대 사장 임병철씨

“40년 그 자리에서 꿋꿋하게 버텨온 엄나무 볼 때마다 경건한 마음 든다"

엄나무삼계탕을 원주의 대표음식으로 만들고 싶다는 엄나무집 삼계탕 큰아들이면서 제2대 사장인 임병철씨. 대가 끊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작은아들 홍규가 엄나무집 삼계탕을 자신이 물려받겠다고 벼르고 있다”며 “그렇다고 공부를 게을리하면 절대 물려주지 않을 것이고 대학도 졸업해야 한다고 조건을 걸어둘 정도로 작은 녀석이 많이 하고 싶어한다”고 대견해했다.

그는 “100년을 넘어서는 강원의 맛, 전통의 맛을 대대손손 이어갈 수 있도록 자랑스러운 브랜드로 만들어보고 싶다”며 “아직도 어머니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이 맛을 이어갈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겸손해했다. 40년 이상을 지금의 자리에서 꿋꿋하게 버텨오고 여름이면 푸른 잎이 풍성한 엄나무를 볼 때마다 경건한 마음이 든다는 임 사장. 엄나무삼계탕의 진정한 맛은 엄나무와 한약재뿐 아니라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손님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마음가짐이라고 믿는 그. 그에게서 100년을 넘어선 강원의 맛을 이어갈 기운이 전해진다.

원주=원상호기자 theodoro@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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