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세계 최대 2만명 혈액·장기조직 보유 노인성 질환 정복 강원도서 새 장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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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노아의 방주' … 도내 유일 강원대병원 인체자원은행(Biobank) 첫 공개

◇도내 유일의 강원대병원 인체자원은행(Biobank)이 15일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연구원이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탱크에 보관 중인 희귀 난치성질환자들의 검체를 꺼내 확인하는 모습을 취재진에 보여주고 있다. 박승선기자

2009년 전국 17개 거점은행 지정

노인성·퇴행성 질환 전문 수집

신약 개발 제약사에 검체 분양

난치병 치료·맞춤형 의학 첨병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 불리는 도내 유일의 '인체자원은행(Biobank)'이 15일 최초로 외부에 공개됐다.

강원대병원 내에 설치된 인체자원은행은 희귀 난치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피부 및 장기조직, DNA, 혈액, 혈청, 관절액은 물론 대소변과 가래 등의 검체(검사에 필요한 재료)를 수집해 보관하는 창고로 관계자가 아닌 외부에서 들어간 것은 강원일보가 처음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09년 난치병 치료 및 개인별 맞춤치료, 국가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강원대병원을 비롯해 전국 17곳의 병원을 인체자원 수집기관으로 선정했다. 2009년 선정 이후 일반에 베일에 가려져 있던 강원도 인체자원은행은 지금까지 5년여 만에 도민 2만명의 인체자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는 모두 난치성질환으로 병들고 고통받는 환자들이 언젠가는 완치법이 나올 것이라는 간절한 마음에 기증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다국적 제약기업 '로슈'가 유방암을 일으키는 세포만 치료해 유방암 해방 시대를 열기 시작한 신약 '허셉틴'도 한국과 미국, 일본 등에 있는 인체자원은행의 연구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이번에 공개된 강원도 인체자원은행은 연구원 4명이 활동하면서 노인성 질환 및 퇴행성 질환과 관련된 인체자원만 전문적으로 수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화로 인해 전국에서 강원도 노인환자의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현재 2만명 규모의 노인성 질환자 인체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최근 굴지의 제약회사들이 류머티즘(원인을 알 수 없는 관절, 근육의 통증), 골다공증, 노인성 폐렴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을 위해 강원도 인체자원은행에 요청해 옴에 따라 검체를 분양해 주기도 했다. 도내 노인환자들이 기증한 신체조직 일부가 전 세계 난치성 노인질환 정복의 밑거름이 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인체자원은행인 서울대병원은 심장·신장 질환 및 근골격계 질환을 전문 수집하고 부산대병원은 간염, 갑상샘암, 유방암 환자의 검체를 수집하고 있다.

류영준(강원대병원 병리과 교수) 강원도인체자원은행장은 “연구자들이 밝혀낸 질병의 기원을 토대로 인체자원은행의 검체를 통해 맞춤형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고 실제사례도 나오고 있다”며 “도 인체자원은행이 노인성 질환 전문기관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연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기영기자 answer07@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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