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100명 이내 테마형 여행' 지침 외면

긴급점검=강원도 안전한가 <2>수학여행 안전불감증

도내 초·중·고 3곳 중 1곳 100명 이상 프로그램 진행

일선학교 수업 결손·비용 부담 등으로 어려움 호소

도 수학여행 중 사고 최근 3년 33건 … 전국 576건

안전교육 재미 수준에 머물러 정규과목 신설 필요

■대규모 이동이 화 키운다

교육부는 지난 2월 '수학여행·수련활동 운영 안내'라는 지침서를 전국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냈다. 수학여행 참여인원을 1~3학급 또는 학생 수 100명 이내로 정해 테마형 수학여행 실시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키는 학교는 많지 않다.

실제로 도교육청이 실시한 2014년 도내 초·중·고 수학여행 체험학습 현황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673개교가 1,193개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미 진행했거나 계획 중이다. 이 가운데 100명 이상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386개로 32.3%를 차지했으며 이 중 300명 이상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44개(3.6%)에 달했다.

그렇다면 왜, 교육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이동을 멈추지 않는 걸까. 반별로 이동할 경우 과목 교사가 빠지면 다른 반 학생들은 수업 결손이 발생하고, 수학여행 한 번 가는데 공문만 20여건 작성하는 데 따른 행정 업무도 가중된다. 단체 여행에 따른 할인혜택도 적어져 학부모들의 비용 부담도 크다는 것. 일선 고교 교사들은 “대규모 수학여행의 안전문제를 고려해 연중 나눠서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하는 학교도 있다. 그러나 평일에 소규모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할 경우 수업 때문에 교사 2명도 따라가기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수학여행 사고 해마다 증가

2012년 10월30일 오후 1시40분께 영월군 김삿갓면 옥동송어장 인근 도로에서 영월초교 4학년 학생들을 실은 관광버스가 마주 오던 25톤 트럭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151명의 학생들이 45인승 버스에 나눠 타고 태백 석탄박물관 현장체험학습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2012년 10월23일 오전 8시50분께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강원랜드터널 안에서 수학여행에 나선 초등학생들이 타고 있던 관광버스와 1톤 화물차가 충돌했다. 이 사고로 관광버스에 타고 있던 학생 2명과 인솔교사 등 4명이 다쳤다. 화암동굴 등지로 수학여행에 나선 서울 태릉초등학교 학생과 교사 등 25명이 타고 있었다.

이처럼 수학여행 및 체험학습으로 인한 학생들의 안전사고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기홍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초·중·고 학교안전사고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수학여행 중 발생한 사고는 총 576건으로 확인됐다. 2011년 129건, 2012년 231건, 2013년 216건으로, 3년 사이 67.4% 늘어난 셈이다. 강원도는 3년간 33건의 수학여행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교육 정규과목 신설 필요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청소년들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 불감증이다. 우리나라는 소방방재청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화재사고 예방교육과 그 외 여러 기관에서 안전교육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5월에 실시되는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을 통해 교육시설 사고 대응훈련 및 지진 해일 대피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민방공 훈련도 연 2회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체감하는 안전교육은 '진중함'보다는 '재미' 그 이상은 아니다.

이에 따라 수학여행의 소규모 테마체험학습 전환과 함께 안전교육의 정규 과목 도입, 도교육청 산하 안전학교 설립 등의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정규 과목으로 안전 교육을 포함해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청소년들에게 쉽고 깊게 각인시켜 주기 위해 재미있는 방법으로 안전교육을 하고 있다. 일본 가마이시의 '지진해일 방재교육을 위한 안내서'는 일반 과목 가운데 재해 대비 요령을 넣어 교육하고 있다.

이를 테면 수학시간에는 해일이 밀려오는 범위를 예로 들어 단위를 익히고, 방정식을 공부할 때는 해일이 육지에 도달하는 시간을 계산하는 문제를 내는 식이다. 도교육청 박을균 혁신과장은 “지식에 관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사회에서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안전 교육을 하는 것 또한 교육의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며 “소규모 테마체험학습 기법 개발과 함께 안전교육의 정식 교과목 도입, 안전학교 설립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형주·김보경·신하림·강경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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