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인생2막, 새 삶을 산다]'짱아'라 불리는 사나이

디자인학원 운영하던 구춘서씨 생태 전문가가 된 사연

◇구춘서 봄빛공예협동조합 이사장은 춘천에서 디자인학원을 운영하다 숲에 매료돼 자연물을 재활용하는 생태공예를 개척해 13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춘천환경운동연합, 숲해설가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구춘서 봄빛공예협동조합 이사장은 춘천시 약사천변에 갤러리카페 '봄빛'을 운영하며 한지, 도자기, 섬유 등 전문작가들의 공동 작업장과 교육 및 체험활동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춘서 봄빛공예협동조합 이사장은 '숲문화연구소 숲속친구들'을 운영하며 시민들에게 자연물을 재활용한 생태공예 체험과 숲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권태명기자

32세 춘천에 디자인학원 창업

이후 지역 환경운동가로 변신

인제 분교에 자연학교 서립

아이들에게 숲에 대해 학습

자연스레 생태공예 작품에 빠져

첫 전시회 대박…개인전 13번

"자연과의 공존 되물으면서

자아성찰의 기회 주고 싶어"

'짱아'

생소한 단어다. 생태공예가이자 숲해설가, 생태작가, 생태교육가, 봄빛공예협동조합 이사장 등으로 불리는 구춘서(58)씨를 일컫는 말이다.

짱아는 잠자리의 순수 우리말이라고 한다. 중생대부터 현재까지 진화를 거의 하지 않은 잠자리처럼 젊은 시절 가졌던 사회문제 의식, 비판적 시각 등을 끝까지 간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구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봄빛공예협동조합이 춘천시 약사천변에 자리한 갤러리카페 '봄빛'에서 '짱아 구춘서'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가 걸어온 길을 함께 되돌아봤다.

■늦깎이 대학생, 사회에 눈을 뜨다

“생태공예가라는 현재의 직함은 대학 시절 걸어온 삶으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구춘서 이사장은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 중반, 26세의 다소 늦은 나이로 서울산업대 산업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정상인과 차별받으며 기회조차 얻지 못하며 살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학내 장애인자원봉사연합회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이념적 논의로 대립하던 학생운동이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차별'을 없애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던 활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운동이 됐다. 11개 연합회 총무를 맡으며 장애인 복지운동과 고용촉진법 등을 주장, 6월 항쟁 때 명동성당에서 5공 시절 부조리함에 항거하며 사회에 대한 문제 의식을 공론화했다. 이데올로기도, 정부에 대한 악의적인 감정도 없이 시작한 활동이었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그는 그저 반항기 많은 '빨갱이'였다.

막역하게 지냈던 대학 동기가 춘천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는 말에 졸업 후 가방 하나 들고 무작정 춘천으로 내려왔다. 동아리 선배와 도내 최초 디자인학원을 창업했다. 그의 나이 32세에 춘천과 숲, 자연과의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생각한 것을 실천으로 옮긴 것…지금의 생태공예, 숲 전문가가 된 비결

디자인학원을 운영하던 그가 환경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3년. 춘천환경운동연합 홍보단장을 맡으며 스폰서 역할을 하던 그는 지역 환경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이와 관련된 깊은 공부를 해 나가면서 환경운동가로 변신했다. 이후 연합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춘천 공지천 복개(1995년) 논의를 돌려놓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갔다.

1998년 11월 운영하던 디자인학원과 환경운동 사무국장 자리를 내놨다. 환경운동의 시작은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듬해인 1999년 폐교인 인제 신남의 분교에 자연학교를 설립해 학생들에게 생태, 자연, 숲에 대한 학습을 시작했다. 그해 국민대에서 전국 최초로 개설된 자연해설가 (지금의 숲해설가) 교육을 1기로 수료한 뒤 산림청에서 위촉한 숲해설가로 활동을 하게 됐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많은 사람

“나는 2009년 국가(산림청)가 인정한 생태공예가다.” 2000년 '나무로 숲속친구 만들기'로 명명하고 활동하다가 2007년 비영리단체 '숲문화연구소'를 만들며 생태공예라는 말을 쓰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그가 만든 공예품은 생태교육 수료생들에게 줄 기념품으로 시작됐다. 이후 교육을 위한 교구가 됐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연구에 또 연구를 거듭한 결과 자연스럽게 생태공예 작품이 됐다.

2006년 국립수목원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108개의 작품을 전시했고 그 전시회는 예정보다 두 달 연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현재까지 13번의 개인전을 비롯해 70여회의 전국 순회 전시회를 열었다. 그는 숲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며 생태공예 지도자 과정을 통해 전국의 생태공예 전문가를 양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5기까지 총 26명의 생태공예 전문가가 탄생했다. 이와 함께 그는 '나도 장수풍뎅이' '루미의 순천만여행' 등의 생태환경 동화책을 집필하고, 수백 차례 출강을 다니는 등 생태교육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자연과의 공존'… 최고의 가치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좋아하는 이유는 작품이 유년 시절을 회상할 수 있게 한다는 점과 현실사회의 문제를 작품으로부터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씨가 작품을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 '자연과의 공존'을 작품을 통해 되물으면서 자아성찰의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싶다는 뜻이다.

그의 꿈은 그런 그의 가치와 어울린다. 현재 봄빛공예협동조합원들과 운영 중인 갤러리카페 '봄빛'을 시작으로 춘천 약사천변을 자연과 공존하는 마을로 재생시킬 계획이다. 주변 환경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연과 어우러진 마을을 조성하는 것, 그것이 구씨가 가진 현재의 계획이다.

홍현표기자 hphong@kwnews.co.kr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