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인생2막, 새 삶을 산다]참 소녀 같다 했더니…15년째 인형과 동고동락

속초 테디베어전시관장 박보배(60)씨

◇박보배 속초 테디베어전시관장은 설악산 울산바위와 어우러진 전시 공간이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 것 같다고 자랑한다. 박 관장이 전시돼 있는 곰인형을 설명하고 있다. 속초=권태명기자

굴지 업체서 아동복 디자이너

독일 연수때 테디베어 인형 보며

설악산 상징 반달곰 형상화 기획

건강 안 좋아지며 고향 속초行

젊어서부터 가져온 꿈 펼쳐보자

설악산 자락에 전시관 문 열어

100만명 다녀간 관광 명소로

반달곰 이어 수리부엉이 창작 중

설악산 달마봉 산자락 아늑한 터에 자리 잡은 테디베어전시관은 피서철 곰인형을 관람하려는 가족 관광객들로 붐볐다. 관광객 사이에서 전시관장인 박보배(60)씨는 관광객의 편안한 관람과 전시물 상태를 확인하며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올해로 문을 연 지 15년째인 테디베어전시관(테디베어팜)은 지난해 누적관광객 100만명을 기록하는 등 속초의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천혜의 자연자원을 자랑하는 속초지만 정작 이렇다 할 볼거리 없는 속초에서 나름대로 지역 관광 발전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은 박씨의 남다른 설악산 사랑에서 비롯됐다.

■실향민인 아버지 영향으로 속초에 정착

함흥이 고향인 아버지가 피난하면서 초등학교까지 강릉에서 지낸 박 관장은 곧 통일이 되면 하루빨리 고향에 가고 싶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속초로 이사와 정착하게 됐다.

속초여고를 졸업하고 경희대에 진학한 박 관장은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후 국내 굴지의 수출업체에 입사해 아동복을 디자인하게 됐다. 업체 특성상 독일 등 유럽 수출이 주를 이루면서 29세 되던 때 회사의 지원으로 독일에서 디자인 연수를 하게 됐는데 당시 독일의 테디베어 인형들을 접하며 관심을 갖게 됐다.

아동복을 디자인하는 특성상 어린이와 연관이 갚은 인형을 함께 배우게 됐으며 이때부터 한국, 특히 속초와 어울리는 인형 전시관 운영을 꿈꿨다. 독일 인접 국가의 알프스를 여행하면서 제2의 고향인 설악산을 연상하게 됐으며 테디베어를 설악산의 상징인 반달곰 형상화를 기획한 것도 이때부터다.

여기에다 미국 수출이 크게 늘어나던 1980년대 초부터 월트디즈니 등에 자신이 디자인한 캐릭터를 제공하면서부터 한국에도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특색 있는 관광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포부를 굳히고 반달곰을 소재로하는 테디베어를 창작하게 됐다.

■설악산과 반달곰을 소재로 자신의 구상을 극대화

박 관장은 한창 일할 나이에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그동안 계획했던 테디베어전시관을 운영하겠다는 일념으로 속초에 정착하게 됐다. 현 노학동 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에너지가 남아있을 때 꿈을 실현하겠다는 일념으로 전시관을 착공하게 됐다.

당시 건강을 이유로 남편의 반대도 심했지만 젊어서부터 가져온 꿈을 포기할수 없었다. 당시만 해도 서울과의 거리가 승용차로 5시간 걸리던 시기였으나 마음의 고향인 설악산이 속초에 있었기 때문에 속초에 전시관을 마련하게 됐다.

또 설악산과 울산바위 등 주변 자연자원과 자신이 기획한 반달곰 테디베어가 어우러 지면서 자신의 구상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도 속초에 둥지를 틀게 한 또 하나의 계기다. 이 때문에 박물관을 관람하는 관광객들이 인형과 어우러진 속초 곳곳의 모습을 보면서 속초를 함께 관람하는 효과 때문에 한 번 방문으로 그치지 않고 재차 방문하는 관광객 역시 꾸준한 상태다.

■제2전시관 아쉬움 많아

박 관장은 2년 전 동계올림픽을 소재로 하는 테디베어 제2전시관 강릉 설치를 제안받았다. 세계 곳곳의 관광객에게 강릉을 소재로 하는 테디베어를 소개하는 일도 매우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갖고는 있지만 열악한 인력 사정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주변에 인형 제작을 배우려는 인력이 전무하다 시피 하고 숙련자 부족 또한 이유다.

현재 6명의 직원과 인형을 제작하고 있지만 일일이 수작업을 하는 관계로 일정 규모에 걸맞은 전시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 상황에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테디베어전시관 역시 15년 동안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혼자만의 힘으로는 짧은 시간에 제2전시관을 꾸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동안 관련 기능인을 배출하고자 많은 노력을 해봤지만 일종의 제조업인 인형 만들기에 열정을 바치려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숙련자를 찾기는커녕 바늘에 실 꿰는 것부터 지도해야 하는 게 현재 한국 인형산업의 현실이라고 했다.

박 관장은 “산학협력을 통한 기능인을 배출해 인형디자인에 있어 불모지나 다름없는 현실을 조금이나마 바꿔 나가는 데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특히 지난 7월 열린 캐릭터쇼를 참관하면서 이 같은 자신의 희망이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면서 “그동안 조소나 조형 전문가들이 인형쪽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을 확인해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박 관장은 설악산 반달곰에 이어 설악산 수리부엉이를 또 다른 소재로 삼아 창작에 들어갔다.

“설악산의 또 다른 동물인 수리부엉이를 통해 속초 구석구석을 관광객에게 알리는 작업에 남은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을 생각”이라고 했다.

속초=박기용기자 kypark901@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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