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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이역만리 해외동포 생명 구한 어느 의사의 스팸(?)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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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포들을 위해 2,000여통의 이메일을 보냈던 강원대병원 심장내과 이봉기 교수(왼쪽)와 이 교수의 도움으로 암 수술을 받게된 교포부부(오른쪽).

강원대병원 이봉기 교수 병원 못가는 美 한인 실태에 충격

한인목사 2,000여명에 돕고싶단 이메일 보내

교포부부 초청 암 진단·수술 결정적 도움

“스팸 메일로 오인될까 우려되지만 끝까지 읽어주세요.”

강원대병원 심장내과 이봉기 교수는 지난 5월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목사 2,000여명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병원비, 찾아오는 방법과 교통비, 아파도 참지 말고 자신을 믿고 한국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메일 주소는 이 교수가 직접 인터넷을 검색해 찾은 재외한인교회 주소록을 이용했다.

2012년 8월부터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에서 연수를 받고 올 초 귀국한 이 교수는 비싼 의료비용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는 한인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국가 건강보험이 없는 미국에서는 1인당 한 달 최소 100만원 이상 꼬박 납입해야 하는 사설 건강보험에 직접 가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를 본 이 교수는 의사로서 최소한의 진료정보나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도로 이메일을 보냈지만 일면식도 없는 불특정 다수의 교포에게 보낸 편지는 스팸 메일로 오해받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이메일 내용은 미국 현지에서는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그리고 두달 후 이교수에게 한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부인이 1년 넘도록 하혈을 하고 있지만 경제여건상 병원에 갈 수 없다는 미국 교포의 편지였다.

이 교수는 반가운 마음에 바로 국제전화를 걸어 증세를 묻고 진료 안내를 했다. 미국의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검사비만 2,000만원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교포부부는 지난달 12일 강원대병원을 찾았고 자궁내막암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서 계속 진료를 받지 못했더라면 차후 생명까지 위협받았을 일이었다.

이 교수와 강원대병원 측은 이들이 미국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건강보험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오바마케어'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해 알려줬다.

급히 수술이 필요하다는 강원대병원의 소견서를 들고 미국으로 돌아간 교포부부는 3일(한국시간) 드디어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교수에게는 “교수님께서 써 주신 편지를 가지고 병원에 가서 암이니 빨리 조처를 취해달라고 하자 급히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이렇게 수술을 받게 된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는 감사편지가 도착했다.

최기영기자 answer07@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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