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저 문 열고 “여보 나 다녀왔어” 할 거 같아서

헬기 추락사고로 남편이 하늘로 간 지 48일째… 부인은 문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소방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도 소방공무원들의 49재를 하루 앞둔 2일 故 정성철 기장의 부인이 집에서 고인의 영정사진을 만지며 슬픔을 억누르고 있다. 박승선기자

소방관 故 정성철 기장 오늘 49재

고인의 가족들 힘겨운 시간

집안에는 칫솔까지 제자리에

4명 공무상 사망 인정받아

강원소방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소방공무원들의 49재를 하루 앞둔 2일 춘천시 남산면 방곡리 고(故) 정성철(52) 기장의 집은 시간이 멈춘 듯했다.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서 조직 검사를 마치고 막 집에 돌아온 정 기장의 부인 방모(49)씨는 스마트폰으로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여보…, 대답 좀 크게 해봐요,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건 알고 있지?, 여보 사랑해… 그리고 보고 싶어… 아주 많이….” 한참 동안 여러차례 메시지를 보냈지만 방씨의 스마트폰에는 답장이 없었다.

정 기장이 하늘나라로 간 지 48일째, 그동안 고인의 가족들은 식사, 수면, 간단한 외출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멍하니 출입문을 바라보는 시간만 늘었다. “아직도 저 문으로 남편이 들어와 '여보 나 다녀왔어', '어머니 저 출장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할 것 같아서…. 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겠어요….”

부인 방씨는 정 기장과 함께 사용하던 물품들을 그대로 뒀다. 침대, 거실의 탁자 및 소파, 그리고 그의 칫솔까지도 아직 제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고인이 생전에 헬기교본을 보러 자주 드나들었던 서재에는 증명사진, 최문순 지사에게 받은 공로패, 과거 가족들과 찍은 사진, 생전에 고인이 즐겨 하던 소주와 맥주, 골프채까지 정 기장의 유품이 가득했다. 가족들은 정 기장이 생각날 때면 서재로 들어온다. 이날도 정 기장의 어머니인 박모(77)씨는 아들의 증명사진을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했다. “난 심장수술도 두 번 하고 몸이 정상인 데가 없는데, 넌 어딜 갔니…나와 네 목숨이 바뀐 것 같구나…아들…아들아….”

그동안 부인과 노모의 건강은 많이 악화됐다. 갑작스러운 남편·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3일 대전 현충원에서 열리는 49재를 지내고 나서는 그에 대한 그리움을 현실이 아닌 가슴에 담아둘 생각이다. “49재가 끝나고 이번 추석에는 따로 대전 현충원에 가지 않을 생각이에요. 조촐하게 가족끼리 지낼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직장도 다시나가고 열심히 일하며 그리움을 달래려고 해요. 어쩌면 그게 그이가 바라는 일이 아닐까 싶고….”

우연인지, 49재를 하루 앞둔 이날 공무원연금공단 내 공무원연금급여심의회는 고 정성철 기장 등 4명의 소방공무원에 대해 공무상 사망을 인정했다. 나머지 1명은 유족 간 이견으로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상 사망' 심의를 아직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상 사망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면 재직 기간이 20년 미만이라고 해도 공무원연금법상 연금과 일시금 형태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강경모기자 kmriver@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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