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경제성 논란 382억 투자 인제38대교 `육지 속의 고도' 산촌마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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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개통 5년째를 맞고 있는 인제 남전리~관대리~양구를 연결하는 인제38대교.

인제 남전리~관대리 연결 700m 교량 개통 5년 맞아

관대리 농산물 반출로 확보 농가소득 증대·주민도 늘어

피서·단풍철 우회도로 활용 교통량도 해마다 증가 추세

2004년, 국·도비 및 군비 382억원을 들여 인제군 남면 남전리~관대리와 양구를 잇는 길이 700m, 폭 11m 의 왕복 2차로인 '인제38대교'를 건설한다고 했을 때 이 사업은 '전시행정'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40명도 채 되지 않는 주민을 위해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낭비'라는 것이다. 2009년 완공된 이 다리는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도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전락해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이다. 인제38대교는 한 마을을 송두리채 바꿔놓았다. 인구를 늘렸고 가구의 소득도 높였으며 땅값도 올려놨다. 무엇보다 떠나는 사람이 사라졌다. 382억원의 투자는 값어치를 따지기 힘든 성과로 돌아온 것이다.

1973년 소양강댐 건설로 36년간 육지 속의 고도로 남아 있던 관대리 주민들은 인제읍내로 나가기 위해서는 나룻배로 소양호를 건너거나 1시간 이상 걸리는 양구군 남면 두무리와 광치령을 넘어야만 했다. 이러한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 교통망 확충을 위해 교량을 놓기로 했지만 서울과 심지어 당시 지역의 기관장들마저 인구도 적고 외지인도 찾지 않을 곳에다 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느냐는 질타를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다리가 건설된 뒤 읍내와 10분 거리로 가까워지면서 관대리 주민들은 농산물 반출로가 확보됐고 고추, 옥수수에서 블루베리, 다래 등 특수작목이나 직거래가 가능한 농작물로 소득작목이 바뀌었다. 농가소득이 증가하자 외지인들의 귀촌현상도 나타났다. 다리 개통 전 38명에 불과했던 주민 수는 현재 65명으로 늘었다. 3.3㎡당 3만원대에 거래되던 땅도 지금은 50만원대에 거래되는 등 마을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주민 구본준(47)씨는 “다리가 놓이고 난 뒤 경찰의 마을 순찰과 택배차량이 방문하는 것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찾고 있다”면서 “단순한 경제논리로만 따졌다면 38대교는 건설되지 못했고 아마 마을은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양구에서 인제 도리안장례식장이나 신남, 인제읍을 방문할 때 인제와 양구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38대교를 이용하면 과거보다 15분 이상 단축할 수 있고 피서철이나 단풍철의 국도 44호선 인제~홍천 구간 지정체 시 우회도로로 이용되는 등 교통량도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 인제군과 주민들의 설명이다.

노승만 강원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직 38대교의 통행량이 건립 계획 당시 예측했던 규모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지만 지역 개발과 인구 증가 등의 중요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결국 강원도의 SOC는 단순한 경제논리로 볼 것이 아니라 이후의 지역 발전 차원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인제=권원근기자 stone1@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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