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인생2막, 새 삶을 산다]귀농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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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퇴직 이후 홍천 두메산골에 정착한 전학곤(62)씨

◇대기업 임원에서 정년 퇴임 이후 2008년부터 홍천군 내면에 자리를 잡고 '곰수골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학곤(62)씨는 직장생활에서 습득한 마케팅 노하우를 살려 대표적인 귀농의 성공 사례가 되고 있다. 전씨가 부인 박미선(59)씨와 농장 입구에서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천=박승선기자

동부그룹에서 30년 근무

스트레스 받으며 돈 벌 것인가

하고 싶은 일 하며 행복할 건가

고민 끝에 결국 귀농 결심

아내 설득이 가장 어려웠던 일

함께 색소폰 배우며 취미생활

농업인대학도 함께 입학해 이수

어느 날 친구에게 자랑하더라

경험 살려 1만㎡ 농장 운영

평소 꿈꿨던 인생의 마무리

이곳에 뼈 묻을 생각입니다

“귀농은 제2의 인생을 행복하게 열어가는 일터죠.” 강원도 홍천군 내면 밤바치길 일원에서 곰수골농장을 운영하는 전학곤(62)씨는 대기업 출신 귀농인이다. 올해로 귀농 6년 차인 전씨는 홍천뿐만 아니라 도내에서도 성공적인 인생 2막을 펼쳐가고 있는 인물로 유명하다.

동부그룹에서 30년을 근무하던 중 노후를 위해 ISO심사원자격증과 공인중개사자격증을 취득한 전씨는 귀농 이전에는 부동산 중개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부동산업을 하며 찾아온 정신적 스트레스는 건강악화로 이어졌고 결국 담낭절제수술을 받기까지 했다. 이후 전씨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며 돈을 벌 것인가, 아니면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하면서 행복을 찾을 것인가를 고민했고, 결국 귀농을 결심했다.

전씨는 “어릴 적부터 나무 가꾸기와 농사짓기 조경 등산 낚시 등 자연과의 어울림을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귀농을 결심하게 된 것”이라며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평소에 꿈꿔왔던 계획을 앞당긴 것뿐”이라고 말했다.

■귀농지를 결정하다

전씨는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기본 정보 수집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테마를 검색한 후 도서관 등을 통해 전문 지식을 확보하고 이후 직접 현장을 찾는 방법을 택했다. 차근차근 찾아보니 예전부터 마음속에 간직했던 '공기 좋고 물 좋은 곳 강원도'가 가장 적합한 곳이었고 결국 홍천군 내면 삼둔사거리 일원을 결정하게 됐다. 수량이 풍부하고 해발 600m 정도 되는 곳이어서 친환경 산나물 먹거리를 재배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는 점이 매력이었다.

■정착 과정의 어려움을 극복하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아내 박미선(59)씨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자녀와 친지를 떠나 교통이 불편한 오지산골로 들어와 문화와 의료, 유통 등의 편리함에 익숙한 생활을 바꾸는 데 대한 불확실성은 아내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요건이었다.

노후에 아픈 일도 많을 텐데 대도시에 있어야지 왜 하필 강원도 산골로 가느냐. 30여 년간 직장생활로 이른 출근과 새벽마다 회사 회의가 있을 때도 아침밥을 꼬박꼬박 챙겨주며 뒷바라지를 했는데 이제는 편안하게 쉬어야 하지 않느냐는 아내의 말에 마음이 약해지기도 했다.

아내의 마음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얘기였지만, 제2의 인생을 펼치지도 못하고 대도시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며 돈만 벌다가 죽어야 하는가에 대한 행복기준에 대한 갈등이 심화됐다. 이에 전씨는 아내의 설득이 가장 급선무라 여기고 귀농에서의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방안으로 취미생활을 함께 하기로 했다. 우선 서울 종로 전문악기점에 들러 색소폰 2대를 구매해 함께 배우기로 했다.

이어 홍천업기술센터에서 주관하는 홍천농업인대학 e-비즈니스반, 발효식품과정 등에 입학해 같은 마인드를 갖기 시작했다. 또 강원도 미래농업교육원에서 전자상거래와 인터넷활용 산채재배기술 이미지편집 등의 교육과정을 함께 이수하면서 점차 귀농의 장점과 실상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열심히 교육에 참여하다 보니 2011년부터 매년 강원도 정보화 경진대회에서 블로그 운영 부문과 SNS 부문 최우수상과 체험수기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블로그를 개설해 함께 운영하고 토론과 대화의 폭을 넓히다 보니 어느덧 아내의 마음에도 산골생활의 즐거움이 찾아왔고 행복한 생활로 바뀌었다. 어느 날 아내는 “정말 귀농을 잘한 것 같다”며 친구들에게 자랑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가장 행복한 인생 2막은 '귀농'”

현재 1만㎡ 규모의 '곰수골농장'을 운영하는 전씨는 봄에는 산나물, 여름에는 민박 및 농촌관광, 가을에는 약초(삽주, 잔대, 초석잠 등) 등을 블로그 및 SNS를 통해 인터넷영업 및 판매를 하고 있다. 연간 6,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남기며 소박하면서도 성공적인 귀농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산마늘 장아찌 가공사업과 산나물 육묘사업, 힐링 농촌관광 농장(당뇨병 관련 재배농장)을 장기적으로 발전시켜 타 농장과의 차별화를 모색중이다.

전씨는 “이곳에서 뼈를 묻을 생각으로 주어진 여건 아래 좋은 품질의 산나물을 재배하니 내 삶도 행복해지고 도시민들에게도 좋은 선물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치며 젊은 날들을 보낸 후 제2의 인생은 농촌에서 보내는 것이 어쩌면 가장 행복한 인생의 마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농촌에서의 인생 2막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홍천=이무헌기자 trustme@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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