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강원일보 창간 69주년 특집-함께 나누는 100년의 행복]홀몸 어르신들 가족처럼 지켜주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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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안녕하세요

◇조영미 춘천경찰서 계장의 도움으로 지암 김씨 시조로 등록, 주민등록번호를 발급 받아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김해금 할머니(사진 왼쪽), 원주경찰서 봉사동아리 여울은 지역 내 조손가정을 방문, 생필품과 학용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고령화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횡성 영월 고성 평창 정선 등 7개 시·군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수년 전부터 경고음을 울렸던 '고령화 쇼크'가 이제 현실이 됐다. 깊게 팬 주름만큼이나 굴곡진 한국사회의 현대사를 견뎌온 현재의 노인들은 스스로 노년을 준비할 겨를이 없었다. 더욱이 압축성장을 거친 우리 사회 역시 이들을 위한 안전망을 미처 갖추지 못한 상태다.

#김해금 할머니

야산서 발견 이름도 몰라

각계 도움으로 새 삶 찾아

#조손가정 든든한 이웃

원주경찰서 2년 전부터

생필품·학용품 등 지원

#자식의 도리로 보살펴

지역 어르신과 1대1 결연

언제든 연락 시스템 구축

도와 강원지방경찰청, 강원일보는 지난 8월 '어르신이 행복한 사회 구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앞으로 노인 관련 복지 및 치안정책을 함께 추진하는 등 고령화 쇼크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노인들과 특히 홀몸 어르신들에 대한 사회적 돌봄이 필요하다는 데 세 기관이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현재 도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5만4,118명으로 도내 전체 인구의 16.3%에 달한다. 전국 평균(12.4%)보다 4.1%가량 높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4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32.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더욱이 도내 노인 중 28.6%인 7만815명이 혼자 살고 있는 '홀몸 어르신'이다. 노후 복지대책이 미비한 탓에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5%를 웃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3.3%)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종합하면 현재 강원도민 10명 중 1명은 노인, 이들 노인 2명 중 1명은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올해부터 특수시책으로 '효 나눔 치안활동'을 펼치며 노인들의 일상생활에서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일상 속 작은 관심이 노인들의 삶을 바꾼 사례들을 살펴보며 초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대안들을 찾아본다.

■지암 김씨 시조 된 해금이 할머니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 나눔의 동산(장애인시설)에 거주하는 김해금(87) 할머니는 지난달 '지암 김(金)씨'의 시조(始祖)가 됐다.

김 할머니는 1996년 12월15일, 지암리 인근 야산을 헤매다 등산객들이 도움으로 나눔의 동산(장애인 시설)에 오게 됐다.

나눔의 동산 관계자들이 장시간 추위에 떨었던 할머니를 따뜻한 곳으로 옮기고 이름, 가족, 주소 등을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해금이…, 해금이…”뿐이었다. 할머니는 이후 '해금이' 할머니로 불렸다. 할머니는 이름도, 성도, 주민등록번호도 없어 장애인수당, 기초연금 등의 복지혜택을 받지 못했다.

마침 춘천의 요양시설을 일제 점검하던 조영미 춘천경찰서 아동청소년 계장이 해금이 할머니의 사연을 듣고 자신의 일처럼 나섰다. 보건복지부 후견지원사업단 김태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할머니가 처음 발견된 지암리를 본(本)으로 하는 성을 만들었다. 덕분에 해금이 할머니는 사북면사무소에서 출생 추정연도인 1927년, 나눔의 동산에 입소한 12월15일이 생년월일로 표기된 주민등록증을 교부받았다.

■또 하나의 가족

원주경찰서 봉사활동 청렴동아리인 '여울' 회원들은 2년 전부터 꾸준히 70대 노부부를 찾아 도움을 줬다.

이들이 도움을 준 부부는 한때 아들과 외국인 며느리, 뒤늦게 본 손자와 단란한 가정을 이뤘으나 2년 전 아들이 불의의 일로 숨지면서 며느리는 아들을 남겨둔 채 종적을 감췄다. 이후 변변한 수입도 없는 상태에서 노부부가 어렵게 손자를 키워왔다. 여울 회원들은 2년 전부터 노부부의 집을 방문해 손자의 학용품과 생필품을 지원해왔다. 아들 내외를 잃고 가족사진 하나 없는 노부부를 위해 직원들과 함께 마당에서 가족사진을 찍기도 했다.

■언제든 연락 주세요

김호윤 강원지방경찰청장은 스스로 솔선수범해 병환과 생활고로 고통을 겪고 있는 춘천시 약사동의 이남규(여·76)할머니와 결연을 했다.

이 할머니는 20여 년 전 남편을 잃고 셋째 아들도 사고로 잃었다. 건강이 안 좋은 큰아들은 스스로 생계를 잇기 어려운 상태고 둘째 아들 역시 지난 1월에서야 소규모 회사에 취직해 할머니에게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김 청장은 이 할머니에게 “건강하게 오래 사시고 불편한 일이 있으면 어려워 말고 언제든 연락 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계기로 도내 일선 경찰서 직원들은 지역의 홀몸 어르신들과 1대1 결연을 하고 있으며 어르신들의 휴대전화 7, 8, 9번에 지구대, 담당경찰관, 이웃을 저장해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홀몸 어르신들과 떨어져 사는 자제들도 경찰을 이용할 수 있다. 폭설이 한창이던 지난 1월 동해경찰서가 운영하는 페이스북에는 “어머니가 집에 홀로 계시고 몸이 불편하신 것 같아 걱정이 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제주에 사는 최모(26)씨가 동해시 북평동에 거주하던 모친 팽모(66)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올린 내용이었다. 동해경찰서 북평파출소는 곧바로 최씨와 연락해 어머니 팽씨의 집을 찾았다. 팽씨는 눈으로 완전히 고립된 채 독감 증상으로 누워 있었다. 경찰은 즉시 팽씨를 병원으로 옮기고 최씨에게 안전하다고 전했다.

홀로 사는 부모의 안부가 걱정된다면 간단한 연락만으로 지역경찰이 대신 안부를 확인해주는 '안전확인 서비스'다.

최기영기자 answer07@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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