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강원일보 창간 69주년 특집-100년 기업을 꿈꾼다]지역주민 사랑 듬뿍…강원경제 미래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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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기업을 키워라 '백년기업 프로젝트'

어린 묘목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내는 큰 나무로 자라기까지 수백 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해마다 반복되는 계절의 흐름을 이겨내야만 뿌리 깊은 나무가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기업이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수많은 노력과 시간, 인내가 뒤따른다. 척박한 기업환경을 가진 강원도 기업들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기적은 늘 이런 척박함 속에 꽃핀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기업들이 도내에도 있다.

14개 기업 선정…도경영자금 8억원까지 지원

기술 지적재산권·컨설팅·각종 시책 우선 혜택

최문순 지사 “보호 없이는 성장도 없다” 강력 지원

백년기업들 “내가족 제품 만든다 생각하며 일해”

■기업의 탄생=1986년 춘천의 작은 공장. 김이 모락모락 나는 네모난 어묵 몇 장이 보관대에 차곡차곡 쌓였다. 이 어묵은 곧 인근의 마트와 가게로 팔려 나가 서민들의 차가운 몸을 데워주는 간식과 밥 반찬으로 식탁에 올랐다. 바로 '꽃표 어묵'이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잠시 들른 퇴근길 포장마차에서도 따끈한 꼬치어묵을 맛볼 수 있었다.

벌써 30년 가까이 됐다. (주)하나식품이 어묵을 만들어 온 세월 말이다. 도민들은 그동안 (주)하나식품이 만든 어묵을 장바구니에 넣었고, (주)하나식품은 이를 토대로 한 해 한 해 성장했다.

오상우 (주)하나식품 이사는 “우리 기업은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성장한 기업”이라며 “전 직원이 내 가족, 우리 이웃이 먹는 제품이라는 생각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

■백년기업을 꿈꾸며=강원도에는 (주)하나식품처럼 오랜 시간 지역사회와 공존해온 기업이 13개나 더 있다. '백년기업'이다. 백년을 지속할 수 있는 향토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미다. 2012년 도가 처음 지정한 '백년기업'은 도내로 이전하는 외지 기업 및 창업 기업 등에 집중돼 있던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자체의 기업유치 경쟁에 밀려 뒷전으로 밀려난 향토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도는 2012년에 8개, 지난해 4개, 올해 2개 등 총 14개 기업을 '백년기업'으로 지정했다. '백년기업'으로 지정되면 일반기업에 5억원까지 지원되는 도경영안정자금을 8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최대 4년까지 4% 이차보전 혜택도 준다. 또한 도 경쟁력강화자금(시설자금)의 지원 한도는 30억원으로 늘어난다.

기술 및 지적재산권, 컨설팅, 국내외 마케팅 등 도가 주관하는 기업지원 시책에 우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2018평창동계올림픽과 연계한 글로벌 향토브랜드 육성은 중장기 과제로 추진한다.

백년기업은 20년 이상 도내에 연고를 둔 제조업 및 지식·정보 관련 기업 중에서 선정한다. 업력을 우선적으로 보지만 성장 가능성과 지역사회 파급력, 지속성도 심사한다.

■'보호 없이는 성장도 없다'=일본 후쿠오카현 이토시마시에는 기타이소유라는 115년 된 간장공장이 있다. 전통방식으로 간장을 만들어 전국적으로도 그 명성이 높다. 간장 제조에 쓰이는 대두는 이토시마 지역에서 생산되며 이 대두로 기타이소유가 생산한 간장의 80%가 이토시마와 후쿠오카 인근에서 소비된다. 기타이소유가 지역 특산물인 대두를 사서 간장으로 가공하면, 이 제품을 지역 소비자가 구매하고, 지역 소비자를 통해 남긴 이윤을 기타이소유가 또다시 간장 생산에 투자해 지역 경제 순환을 이룬 셈이다. 100년 동안 이어져온 이 선순환 경제구조는 그 어떤 시련이 와도 끄떡없을 정도로 단단하다. 향토기업의 성장이 중요한 이유다.

도내 산업단지나 농공단지에서도 향토기업은 두각을 보이며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추세다.

최문순 지사는 '백년기업' 프로젝트가 시작된 2012년, “보호없이는 성장도 없다”는 말로 향토기업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 수도권에 비해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강원도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고, 더 나아가 전국, 세계로 뻗어 나가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했다. 백종수 도 기업활성화과장은 “백년기업은 단순히 기업이 아니라 우리 지역의 역사를 함께한 큰 자산”이라며 “향토기업이 향후 100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원선영기자 haru@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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