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강원일보 창간 69주년 특집-함께 나누는 100년의 행복]소외된 이웃에 희망 밝혀주는 촛불이 되어

아낌없이 나누는 사람들

◇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협약을 맺고 매월 월급의 일부를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한편 독거노인 집수리 지원 등 각종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춘천우체국 직원들(사진위쪽),한만우 전 ㈜세원 대표(왼쪽아래)와 초록우산 춘천복지관 김숙경씨

우리 사회 곳곳에는 보이지 않지만 작은 촛불을 켜고 누군가를 돕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도움은 누군가에게는 당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힘이 되고, 또 누군가에겐 소망하던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받은 도움을 다시 돌려주는 기부의 바탕이 된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을 선물하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항상 존재한다.

그들은 지금이 아닌 100년 뒤에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눠가며 살아간다.

지금의 나도 도움 덕분에 존재

남몰래 지역사회에 5억원 후원

5년째 사자소학·다도 재능기부

쑥쑥 자라나는 아이들 모습 뿌듯

매달 월급날마다 나눔 실천

봉사하며 동료간 우애 다져

한만우 전 ㈜세원 대표

■혼자는 어렵다, 인생은 결국 서로 돕는 '품앗이'=“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은 모두 다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겐 장학금을, 중소기업에겐 멘토 역할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선뜻 내놓는 얼굴 없는 천사가 있다. 자동차 부품회사를 운영하다 지난해 은퇴한 뒤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전념해 온 한만우(65·원주)씨. 그의 선행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단순히 현재가 아닌 먼 미래에 의미를 두고 있다.

2010년부터 매년 1,000만원씩을 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해 온 한씨는 지난해 12월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면서 5년간 1억원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한씨의 바람은 어려운 형편 때문에 꿈을 펼치지 못하는 아이 등 소외계층에게 희망을 전하는 것으로 10개월여 만에 공동모금회에 전달한 금액만 이미 7,300만여원에 이른다. 이처럼 30년간 사업가로 활동한 그는 지역사회를 위해 남몰래 5억원에 가까운 돈을 후원해 온 숨은 기부 왕이다.

더욱이 형편이 어려운 중소기업 근로자의 자녀와 본인이나 부모가 장애를 가진 학생 등을 위해 매 학기 원주 한 대학 재학생 3~4명에게 전액장학금을 지원하는 사업도 2012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서울 출신인 한씨는 1985년 자동차 필터 전문생산업체인 (주)세원을 창업했고 1994년 김포에서 원주로 사업장을 이전해 지역을 대표하는 튼튼한 기업으로 키웠다. 이 같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씨는 지금도 30년간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쌓아온 경험을 전수하고 있다. 그는 “도움을 받은 이들이 안정적인 삶을 살게 되면 그들도 남을 돕는 일을 당연히 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나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듯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우리의 노력이 좋은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한씨처럼 도내 어려운 이웃의 꿈을 응원하는 '아너소사이어티'는 13명이다. 이들 중에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마음 하나로 기부에 동참하는 회원도 있다.

초록우산 춘천복지관 김숙경씨

■진정한 재능기부는 오랜 시간을 그들과 함께 나누는 것=“아이들이 바르게 커가는 모습에서 가르침의 의미를 찾았습니다.”

지역 아이들의 올바른 인격 형성과 정서 발달을 위해 5년이란 시간 동안 꾸준히 '사자소학(四字小學)'과 '다도(茶道)'를 지도해 온 스승이 있다.

김숙경(여·50·춘천)씨는 매주 화요일 오후 4시30분이면 춘천시 후평동에 위치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춘천종합사회복지관 찾아 10여명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9년 지인의 소개로 복지관을 이용하는 아이들에게 '사자소학'과 '다도'를 가르치게 된 김씨는 아이들이 조금씩 커가는 모습이 그저 대견스럽기만 하다. 5년 전 사자소학을 처음 배울 때 어려움에 고개를 갸우뚱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한자의 뜻까지 이해하며 우렁찬 소리로 의미를 읽어 나간다.

김씨에게 5년간 사자소학과 다도를 배워 온 박현(12)양은 “매달 마지막 주에 배우는 다도 시간이 가장 즐겁다”며 “어른이 되면 설탕을 이용해 케이크 등을 만드는 슈가크래프터가 돼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1학년 때부터 사자소학을 배우기 시작한 일부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도 의젓함을 보이고 예의범절부터 생활태도까지 또래 아이들보다 성숙하다.

김씨는 “당장은 눈앞에 안 보이더라도 훗날을 기약하며 아이들에게 제가 가진 재능과 지식을 전해주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아이들에게 정성을 들이고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인성교육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사자소학을 통해 예의범절을 배운 아이들이 훌륭한 성인으로 성장해 자신이 받은 가르침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도내 18개 시·군에서 곳곳에서 자원봉사와 재능기부 등을 통해 남을 돕는데서 즐거움을 찾는 이들은 30만명에 이른다.

춘천우체국 직원들

■티끌 모아 태산, 작은 정성을 모으면 큰 힘=“작은 정성이지만 어려운 이웃에게 큰 힘이 된다는 마음으로 기부를 시작했습니다.”

춘천우체국 직원 50명은 매달 월급의 일부를 기부하는 나눔행렬에 동참해 오고 있다.

지난해 직장동료들이 힘을 모아 불우한 이웃을 돕는 '직장인 나눔 캠페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춘천우체국 직원들은 곧바로 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협약을 맺고 도내 11번째 회원에 이름을 올리며 매월 월급의 일부를 자발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적은 금액이지만 직원들 간 따뜻한 마음이 서로에게 전해지며 일하는 분위기가 좋아지고, 단합하는 기회도 늘었다.

또 기부와 함께 우체국 직원들은 독거노인을 찾아가 도배 및 장판 교체하는 집수리 지원사업 등 각종 봉사활동 활성화에도 힘써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조영선 춘천우체국 팀장은 “우리 주변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좋은 취지의 캠페인을 알게 돼 직원들과 동참하게 됐다”며 “큰 금액은 아니지만 매월 나눔을 함께 실천하다 보니 월급날이 더 의미 있고 뿌듯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부터 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진행 중인 '직장인 나눔 캠페인'에 춘천우체국처럼 동료들과 함께 참여,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과 공공기관 등은 총 41개 업체, 1,437명으로 점점 참가 기관이 늘고 있는 추세다.

현재까지 모인 후원금은 3억6,000만여원으로 어려운 형편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아이 등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그들을 돕는 데 쓰일 예정이다.

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장인 나눔 캠페인'은 작은 정성으로 큰 사랑을 만드는 직장인 모금운동으로 매달 직원들이 일정한 기부금을 급여에서 나누는 캠페인이다.

근로자 5명 이상의 직장이면 참여가 가능하고 한 명의 직장인이 최소 2,000원부터 기부를 할 수 있다. 여기에 가입한 직장에 대해서는 공동모금회에서 제작한 '직장인 나눔 캠페인' 현판이 제공된다.

직장인들은 한 달간 흘린 땀과 노력의 결실로 받은 월급으로 작은 나눔에 나서면서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어려운 이웃에게 다가설 수 있다.

박진호기자 knu10@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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