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강원일보 창간 69주년 특집-강원발전 100년의 미래]8개 경기장 중 한 곳도 계획대로 공사 진행 못해

평창올림픽 긴급진단-경기장 건설 이대론 안된다

어디서부터 꼬인걸까.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에서 3수 끝에 유치한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환희와 감동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걱정과 한숨, 그리고 갈등과 반목만 되풀이되고 있다. 기약없이 공사가 지연되는 개·폐막식장과 경기장 시설, 지지부진한 각 시·군의 손님맞이 준비, 올림픽 이후를 대비한 관광 인프라 플랜 미흡, 경기력 향상 대책 전무 등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사안이 거의 없다. 특히 올림픽 붐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더욱 참담하다. 현 경기장 건설 상황을 점검하고, 원인을 진단하면서 그 대안을 찾아본다.

정부 빙상경기장 예산절감액 775억 추가비용 감안 안해

도 내년부터 최소 2천억 기채 발행 재정에 엄청난 부담

안전·성공·지속 가능한 발전 위해 도민 화합·협조 절실

■테스트이벤트 전 경기장은 완공될까=논란을 빚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유치 신청 당시 대회 후 전시공간 및 빙상장으로 존치키로 돼 있었다. 2012년 9월 착공, 2016년 9월 완공해 2017년 테스트이벤트를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사후활용계획 미흡을 이유로 발주를 앞두고 대회 후 철거를 전제로 재설계를 요구했다. 이미 발주한 피겨·쇼트트랙, 2개의 아이스하키 경기장 사업비 일괄 삭감까지 제시하면서 신설 6개, 보완 2개 경기장 모두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2017년 상반기에나 완공이 불가피하다. 자칫 테스트이벤트를 통해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할 기회조차 갖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제시한 빙상경기장 사업비 절감 규모는 775억원이다. 이는 재설계 및 설계변경 비용 등 총 수백억원에 달할 추가 발생 비용은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총 225억원을 줄일 수 있다는 피겨·쇼트트랙 경기장은 지하보조경기장을 외부로 이전하는 방안이 가장 큰 절감(110억원) 요인이다. 하지만 외부로 이전 시 필요한 추가 시설물에 소요될 100억원가량은 절감액에 감안되지 않았다. 특히 피겨·쇼트트랙 경기장 인근에는 외부시설을 설치할 공간이 없다. 정부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재설계, 피겨·쇼트트랙 아이스하키Ⅰ 아이스하키Ⅱ 등 3개 경기장은 설계변경을 통해 총 775억원(당초 설계 사업비의 20.7%)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기술 전문가들은 '절감계획이 추상적이고, 올림픽시설을 일반 건축물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의계약을 통해 공사기간을 단축하려던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은 일단 책임 문제가 불거져 수의계약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토목공사 부분만 지난 17일 긴급입찰을 실시했다. 늦어도 이달말에 토목공사에 착수, 2017년 2월 테스트이벤트 개최에 지장이 없도록 할 예정이지만 긴급입찰만으로 공기 단축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빙상경기장 대부분이 2017년 상반기 완공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공기단축에 따른 안전에 문제가 생길 경우 툭하면 2m 이상 적설량을 보이는 기상여건을 감당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돈 줄이는 데만 혈안이 된 정부, 이유는=박근혜 대통령은 50조원이 넘게 소요된 소치동계올림픽이 폐막한 이후 평창동계올림픽을 경제적으로 치를 것을 지시했다. 최근 개·폐막식장 변경, 경기장 사업비 일괄 삭감안 검토 당사자로 지목돼 물의를 빚은 문화체육관광부 우상일 체육국장이 부임한 것도 바로 이 즈음이다. 염동열 국회의원은 “정부가 소치올림픽 이후 경제올림픽을 운운하며 내년도 올림픽 관련 예산 삭감을 추진해왔다”고 주장했다. 일부 여야 국회의원도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도는 내년에 1,200억원을 시작으로 최소 2,000억원 이상의 기채를 발행해 동계올림픽 준비에 나선다. 도 재정 형편상 엄청난 부담이다. 조규석 도 동계올림픽추진본부장은 “강원도도 무조건 많은 예산을 투입하길 원치 않는다”며 “다만 국제사회와 약속한 기본적인 계획에 충실함으로써 국가 위상을 높이고 안전하고 내실 있는 경기장을 건설하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려 한다”고 말했다.

■성공대회 개최 대안은 있나=정부와 평창조직위, 강원도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우선이다. 조직위는 대회 운영, 강원도는 경기장 등 대회시설의 적기 완공 및 안전한 시설 건설, 정부는 충분한 재정 지원이 기본 임무다. 원칙에 입각해 각자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최근 일련의 갈등은 정부가 무조건 지원을 줄이려는 생각에서 촉발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런데 정부의 이런 독선에 제동을 걸 제도적 장치가 없다. 문체부가 청와대와 국회 등에 잘못된 내용을 보고해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게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정홍원 총리에게 대회지원위원회를 통해 적극 챙기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8개월여 동안 대회지원위는 고작 한 차례 밖에 열리지 않았다. 엄밀히 따지면 대회지원위가 컨트롤타워인 셈이다. 하지만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음으로써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됐다.

도는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도 중요하지만 지속 가능 발전 방안을 찾는 데 더 주력해야 한다. 도와 18개 시·군은 올림픽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고 전도유망한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최근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도민들이 더욱 화합하고, 한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최문순 지사는 “도는 앞으로 도민들이 무한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 나가겠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300만 강원인들의 화합과 협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울=김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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