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강원일보 창간 69주년 특집-함께 나누는 100년의 행복]“탈북자 보듬어야 통일대박 실현되죠”

나눔의 삶 실천하는 박선영 (사)물망초 이사장

◇탈북자 대안학교 '물망초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박선영 이사장.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내 한 카페에서 만난 박선영 (사)물망초 이사장은 백발에 왜소한 체구임에도 특유의 강단 있는 눈매와 부드러운 듯 강한 어조는 그대로였다. 그는 18대 국회의원 생활을 마치고 탈북자, 국군포로, 사할린 동포 등 국가로 부터 보호 받지 못했던 '역사의 조난자'들을 '절대 잊지 말자'는 뜻으로 사단법인 '물망초'(꽃말이 '나를 잊지 말아요')를 설립했다. 인터뷰 시작 전 '나눔이 주는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던지자 자신이 이끌고 있는 (사)물망초가 하는 일과 정확히 들어맞는 말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나눔의 시작이며, 나눔의 철학이 확산될 때 우리의 염원인 '통일'도 대박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국내 첫 탈종교 탈북자학교 운영

북한서 겪은 트라우마 치유 나서

탈북자들 北 가족과 자유롭게 통화

'작은 통일'은 벌써 이뤄지고 있어

박 대통령 '통일대박론' 말했지만

경제논리 내세우면 '쪽박'도 못 차

북한 주민들 마음부터 움직여야

-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국회에서 나온 이후 탈북자, 국군포로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역사의 조난자'들을 위한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2012년 5월 (사)물망초가 설립됐고, 그해 9월 물망초학교가 경기도 여주에 개교했습니다. 2년 동안 서울과 여주를 왔다 갔다 하며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 국회의원 때와 현재를 비교한다면

“국회의원 당시(그는 18대 자유선진당 국회의원(비례)으로 선진당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나에게 '탈북자의 대모', '북한 인권의 전령사' 등의 수식어가 뒤따랐습니다. 그러나 국민이 보기에는 재선을 위해 쇼를 하는 '정치인'일 뿐이었던 것 같아요. 국회의원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았고, 파급효과도 컸어요. 그때와 비교해 지금은 대학교수, 단체의 이사장 신분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적고 알아주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무엇이든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느껴지는 만족감, 행복감이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합니다.”

- 물망초학교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

“유일한 탈종교적인 탈북자 대안학교입니다. 25세가 돼도 한글을 제대로 모르는 탈북자, 트라우마가 심한 아이들, 부모가 키우기 어려운 탈북어린이 등 정말 어려운 학생들을 데리고 있어요. 대부분의 탈북학교가 대도시에 있는 것과 달리 시골에서 학생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힐링(Healing)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가장 중요한 사람, 사랑받기 위한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남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눔과 행복'은 박 이사장과 어울리는 말 같은데요

“누군가에게 전한 '나눔'은 어느 순간 나에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행복'으로 돌아옵니다. 우리 사회가 갈등으로 찢어지고 아파하는 것은 바로 나눔의 철학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부터 '콩 한 쪽도 나눠 먹자', 종잇장도 맞들면 낫다'와 같은 속담을 가진 곳도 대한민국뿐입니다. 우리만이 가진 나눔의 철학이 있었지만 빠른 민주화·산업화를 일궈내면서 나눔의 정신은 사라지고, 서로 불행해하고 갈갈이 찢기는 사회가 됐어요.”

- 나눔,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나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우린 나눠줄 것이 아주 많은 사람들입니다. 따뜻한 글 한마디, 현장에서 잡아주는 손길, 내가 가진 지식을 남에게 전해주는 것, 가끔씩 이들과 만나 차 한 잔 하면서 상대방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 이 모든 것이 바로 '나눔'입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나눌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자 통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 통일을 말씀하셨는데 통일로 가는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요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하며 국민에게 통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는 던져줬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대박'을 일궈낼 것인가를 고민할 때입니다. 단순히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그들의 값싼 노동력 같은 경제논리만 내세워서는 안 됩니다. 통일은 돈이 아닙니다. 통일도 나눔이고, 사랑이고, 마음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대박'은커녕 '쪽박'도 못 차게 될 것입니다. 상처받은 탈북자들을 우리가 보듬어야 합니다. 동상에 걸려 발가락이 없는 탈북자의 발을 씻겨주는 모습을 보여준다든지, 울고 있는 탈북청소년의 눈물을 닦아준다든지, 아니면 귀를 기울여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든지 하는 모습을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보여준다면 탈북자, 북한 주민들을 향한 온기가 전해지는 데 큰 힘을 받게 될 것입니다.”

- 현재 북한 사회 상황은

“북한 사회는 현재 무너지고 있어요. 우리가 못 느끼고 있을 뿐, 벌써 통일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탈북자 3만명이 하루에도 몇 번씩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통화를 합니다. 당국자들만 교류를 못 하고 있을 뿐입니다. 심지어 탈북자들은 북한 가족들에게 돈도 보내고 있어요. 탈북자 1명이 보내주는 돈이 북한의 4가정을 먹여 살려요. 장마당에서 장사해서 집도 사고 땅도 사고 합니다. 이미 작은 통일은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우리 가까이서 말입니다.”

- 북한 주민에게 남한은

“탈북자들의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주로 '남한 사람들이 우리를 미개인 보듯 한다. 사람 취급을 안 한다. 조선족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 와서 개고생한다' 등입니다. 마음이 너무 아파요. 심지어 '남한으로 올 생각하지 마라. 여기서 할 짓 못할 짓 다해서 돈 보내줄테니 장마당에서 돈 벌어 북한에서 집 사라' 이런 말까지 다수가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통화를 하면서 마음이 열릴 수가 있겠어요? 북한 사회가 무너지면 UN이 개입할 것입니다. 이후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국가, 남한과 통일, 제3국 등의 선택지가 주어질 것입니다. 그 때 북한 주민들이 과연 대한민국을 선택할 것인지… 깊게 생각해 볼 부분입니다.”

- 앞으로의 목표는

“가치를 수출하는 대한민국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북한 인권 NGO(비정부기구)를 만들고 싶다는 것 이전에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NGO를 만들고 싶어요.”

서울=홍현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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