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아낌없이 나눠 주고 떠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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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막 2개 기증한 故 최재철씨

평소에도 드러나지 않는 나눔

가족들도 기증에 흔쾌히 동의

시각장애인 2명에 새 세상 선물

원주에 위치한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강원지부는 지난 23일 뜻밖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갑작스럽게 숨진 60대가 각막 2개를 기증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각막을 비롯한 장기기증은 망자(亡者)는 물론이고 그 가족들도 쉽게 결정 내리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강원지부는 가족들과 직접 통화를 해 이날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뜬 고(故) 최재철(65·춘천)씨가 기증의 주인공이란 사실을 알았다.

최씨는 2010년 3월31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강원지부를 직접 찾아와 자신의 시신을 다른 사람을 위해 써달라며 사후(死後) 각막과 뇌사 시 장기기증을 서약했다. 강원지부도 스스로 찾아와 서약을 하는 경우는 드물어 최씨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장기기증 약속을 하더라도 사망한 후에는 가족 반대 등의 이유로 실천되기가 쉽지 않아 당시에는 약속을 하는 여러명 중 한명으로만 생각했지만 최씨 가족들은 최씨의 서약이 지켜질 수 있도록 각막기증을 했다. 최씨는 한전에서 32년 동안 근무하다 퇴직한 후에도 꾸준히 연탄은행에 기부를 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등 드러나지 않게 나눔을 실천해왔다. 교회에서도 장로로 활동하면서 드러내지 않고 말없이 선행을 베풀어 평판도 좋았던 것으로 주위에서 기억했다.

가족들도 이러한 모습의 최씨를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고인의 각막 기증 사실을 알고도 흔쾌히 동의했다. 나아가 최씨의 부인과 딸, 아들, 며느리까지 온 가족이 장기기증 서약을 하며 최씨의 사랑을 이어가기로 했다. 최씨의 자녀들은 “언제나 인생의 롤모델이었던 아버지의 희생과 헌신이 자랑스럽다”며 “하늘에서 아버지도 분명 장기기증 서약을 한 가족들을 뿌듯하게 바라보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떠나면서 남긴 각막 중 하나는 지난 27일 춘천에 사는 한 시각장애 여성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됐고, 또 다른 각막 하나도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돼 다른 시각장애인에게 이식될 예정이어서 최씨의 사랑은 사후에도 그들과 함께 이 세상에 남게 됐다. 채수덕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강원지부장은 “그동안 애타게 기다리던 분들이 최씨의 사랑으로 세상을 보게 됐다”며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인 장기기증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주=김설영기자 snow0@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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