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게 자전거 의지하며 걷는
할머니 쫓아 집에 도착하자
고장 난 유모차 눈에 띄어
경찰, 최신 유모차 선물하며
자전거와 맞바꿔… 잔잔한 반향
'절도사건 발생!'
이달 초 이른 아침시간 평창지구대 순찰팀의 무전기가 시끄럽게 울렸다. 누군가 유아용 뽀로로 자전거를 훔쳐갔다는 신고였다. 마침 순찰 중이던 정민범 경위는 울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며 마을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인근에서 허리가 굽어 뽀로로 자전거에 의지한 채 걷고 있는 할머니를 발견했다. 정 경위는 할머니의 해맑은 표정을 보고 차마 자전거를 돌려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할머니를 쫓아 집에 도착하자 고장 난 유모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올해 85세인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자전거를 돌려달라고 말해봤지만 할머니는 완강히 거부했다. 치매 노인을 입건부터 할 수는 없는 노릇. 정 경위는 일단 신고자에게 양해를 구했고 할머니를 설득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난감한 상황을 보고받은 김영복 순찰3팀장은 곧 최신 유모차를 구해 나타났다. 김팀장의 어머니가 사용하던 것. 김 팀장과 정 경위는 유모차에 정성껏 야광반사스티커까지 붙여 다시 할머니를 찾았고 뽀로로자전거를 바꿀 수 있었다.
작은 해프닝이었지만 경찰 내부 칭찬게시판 등을 통해 알려지자 수십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정민범 경위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는 작은 관심이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기영기자 answer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