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입주민 폭언에 시달리는 아파트 경비원들

산책하던 개 화단에 변 봤는데

되레 “안 치우고 뭘 보냐”

술 먹고 막무가내 행패 부리기도

10명 중 4명 “언어폭력 경험”

해고 잇따르며 항의도 못 해

춘천의 한 아파트 경비원 김모(65)씨는 최근 술을 마신 뒤 폭언과 행패를 부린 입주민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하루 근무시간 중 보장받는 야간 휴식시간에 갑자기 50대로 보이는 입주민이 찾아와 “돈을 주는데 입주민들이 편안하게 잘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다짜고짜 행패를 부린 것.

막무가내 행패를 보다 못한 또 다른 입주민이 경찰에 신고해 1시간 만에 일단락됐지만 김씨는 “관리비에서 월급이 나오다 보니 입주민들에게 상습적인 폭언과 무시를 당해도 어디에 하소연할 곳조차 없이 비참하게 살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원주의 한 아파트 경비원 박모(63)씨는 “입주민과 산책하던 개가 아파트 화단에 변을 봤는데 그 입주민이 안 치우고 뭘 쳐다보고 있느냐고 항의했다”며 “입주민 폭언에 시달리지만 힘 없는 우리는 그냥 참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상습적인 무시와 폭언 등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열악한 처우를 호소하는 아파트 경비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 입주자들의 경비원 해고 등이 잇따르면서 정작 경비원들은 비인권적인 처사에 제대로 된 항의조차 못한채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경비업무 종사자 안전보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비원 10명 중 4명이 지난 1년간 언어폭력을 경험할 정도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유재춘 민주노총 강원본부장은 “경비원도 사람이라는 생각을 입주민들이 가져야 비인간적인 처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민주노총에서도 조합원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경비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붙이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했다.

강경모기자 km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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