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다문화가정 주부 전국 노래왕 됐다

춘천 헬렌만시오씨 KBS 전국노래자랑 왕중왕전 1위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 왕중왕전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전국에서 노래를 가장 잘한다는 사람들 200여명 중 예심을 거쳐 20명이 본선에 오른 이날 대회에서 필리핀 출신으로 춘천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 주부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 후 4일이 지난 18일, 춘천시 자택에서 만난 헬렌만시오(여·35·사진)씨는 당시 전국노래자랑 왕중왕전 무대에 선 것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필리핀에서 한국에 시집오면서 포기해야 했던 가수의 꿈을 잠시나마 이뤘다는 생각에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왕중왕전에서 1등 한 것보다 큰 무대에 선 것만으로 기뻤어요. 정말 가수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요.”

헬렌만시오씨는 필리핀에서 천주교 성가대에서 15년 동안 활동하고 대학생 시절 뮤지컬과 콘서트에 참여하는 등 가수의 꿈을 꿔왔다.

그러나 2008년 겨울, 춘천에 어학연수를 왔다가 지금의 남편 정황건(37)씨를 한 식당에서 만나 다음해인 2009년 4월 결혼을 하고는 춘천에 정착했다. 그때부터 헬렌만시오씨는 가수의 꿈을 접었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무대에 나가 더이상 노래 부를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들 승훈(6)군을 키우고 오후에는 어학강사로 활동하던 그에게 노래를 부를 기회가 주어진 것은 지난 9월23일 춘천닭갈비·막국수축제장에서 열리는 전국노래자랑 지역예선 때였다. 평소 그의 노래솜씨와 꿈을 알고 있던 남편과 시어머니 손기매(67)씨가 적극 추천했던 것. 틈틈히 한 연습으로 춘천 지역 본선에서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을 불러 1등을 차지한 헬렌만시오씨는 내친김에 왕중왕전에까지 도전, 가수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로 1등인 최우수상까지 거머쥐었다.

헬렌만시오씨는 “1등 생각도 없었고 무대에서 내 마음과 경험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본격적인 가수로 나설 계획은 없고 가족을 챙기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취미생활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헬렌만시오씨의 활약상은 오는 28일 방영되는 KBS 전국노래자랑 왕중왕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경모기자 kmriver@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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