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고갯길 경사 1도 낮추려고 122억 투입

◇춘천시 만천사거리 일대 4차선 외곽순환도로의 고갯길 경사도를 낮추는 공사로 차량 통행이 2차선으로 제한돼 운전자들이 1년 넘게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고갯길 경사도를 1도가량 낮추는데 무려 122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 혈세 낭비 논란까지 일고 있다. 21일 도로 왼쪽 2차선이 경사도를 낮춰 임시 포장이 돼 있는 모습이다. 박승선기자

춘천 만천1지구 국도 9.1도에서 8도 변경하는 위험도로 개선공사

24년전 도로 개설 당시 시설 규정 어긴 채 개통 대형사고 위험

국토청 지난해 계획 변경 85억 추가 공사 발주 혈세 낭비 논란

21일 오전 9시 춘천시 구봉산 아래 만천사거리. 시속 80㎞를 달릴 수 있는 4차선의 외곽순환도로는 사거리 직전 고갯길 공사로 갑자기 좁아진 2차로 도로 탓에 엉금엉금 꼬리를 문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운전자 박모(56·춘천시)씨는 “춘천 도심과 외곽을 연결하고 양구와 화천 방면, 중앙 및 서울~춘천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중요 도로인데 벌써 1년 넘게 공사 중”이라며 “가뜩이나 위험한 도로인데, 요즘은 교통통제 때문에 혼잡이 더 심하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고갯길의 경사도를 1도가량 낮추는 게 주목적인 이 공사에 무려 122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면서 '혈세 낭비 논란'까지 부르고 있다. 국도 46호선 만천1지구 위험도로 개선공사는 지난 2011년 국무총리실의 전국 위험도로 선정에 포함되면서 시작됐다. 당초 원주지방국토관리청과 도로교통공단 등은 이 구간에 입체교차로를 설치하려 했다. 이에 2012년부터 37억원을 들여 교차로의 위험을 줄이는 공사를 벌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사거리 잦은 사고의 근본 원인은 급한 고갯길에 있고, 입체 교차로로 가면 상권이 위축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실제 이 고갯길은 지난 1990년 개설될 당시부터 도로 시설 규정을 어긴 '엉터리 도로'였다. '도로 구조 및 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시속 80㎞ 도로에서 경사도의 최대 허용치를 9도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 구간은 9.1도에 달했다. 기준을 초과한 급경사지 고갯길 바로 아래에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가 붙어있어 사고는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국토청은 지난해 계획을 변경, 입체교차로 대신 평면교차로로 방향을 바꾸고 37억원 중 일부를 경사도 낮추기에 썼다. 하지만 해당 예산으로는 1.18㎞의 고갯길 모두를 낮출 수 없자, 다시 올해부터 2016년까지 85억원을 들여 나머지 공사를 발주했다. 백민호 강원대 교수는 “잘못된 인프라 공사로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관급 공사에 좀 더 엄격한 건설관리 규정 준수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천국토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민 민원을 반영하면서 불가피하게 공사비와 기간이 모두 늘어났다”며 “교통 혼잡 민원으로 공사기간을 내년 말까지 앞당길 계획”이라고 했다.

류재일·강경모기자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