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만천1지구 국도 9.1도에서 8도 변경하는 위험도로 개선공사
24년전 도로 개설 당시 시설 규정 어긴 채 개통 대형사고 위험
국토청 지난해 계획 변경 85억 추가 공사 발주 혈세 낭비 논란
21일 오전 9시 춘천시 구봉산 아래 만천사거리. 시속 80㎞를 달릴 수 있는 4차선의 외곽순환도로는 사거리 직전 고갯길 공사로 갑자기 좁아진 2차로 도로 탓에 엉금엉금 꼬리를 문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운전자 박모(56·춘천시)씨는 “춘천 도심과 외곽을 연결하고 양구와 화천 방면, 중앙 및 서울~춘천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중요 도로인데 벌써 1년 넘게 공사 중”이라며 “가뜩이나 위험한 도로인데, 요즘은 교통통제 때문에 혼잡이 더 심하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고갯길의 경사도를 1도가량 낮추는 게 주목적인 이 공사에 무려 122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면서 '혈세 낭비 논란'까지 부르고 있다. 국도 46호선 만천1지구 위험도로 개선공사는 지난 2011년 국무총리실의 전국 위험도로 선정에 포함되면서 시작됐다. 당초 원주지방국토관리청과 도로교통공단 등은 이 구간에 입체교차로를 설치하려 했다. 이에 2012년부터 37억원을 들여 교차로의 위험을 줄이는 공사를 벌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사거리 잦은 사고의 근본 원인은 급한 고갯길에 있고, 입체 교차로로 가면 상권이 위축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실제 이 고갯길은 지난 1990년 개설될 당시부터 도로 시설 규정을 어긴 '엉터리 도로'였다. '도로 구조 및 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시속 80㎞ 도로에서 경사도의 최대 허용치를 9도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 구간은 9.1도에 달했다. 기준을 초과한 급경사지 고갯길 바로 아래에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가 붙어있어 사고는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국토청은 지난해 계획을 변경, 입체교차로 대신 평면교차로로 방향을 바꾸고 37억원 중 일부를 경사도 낮추기에 썼다. 하지만 해당 예산으로는 1.18㎞의 고갯길 모두를 낮출 수 없자, 다시 올해부터 2016년까지 85억원을 들여 나머지 공사를 발주했다. 백민호 강원대 교수는 “잘못된 인프라 공사로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관급 공사에 좀 더 엄격한 건설관리 규정 준수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천국토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민 민원을 반영하면서 불가피하게 공사비와 기간이 모두 늘어났다”며 “교통 혼잡 민원으로 공사기간을 내년 말까지 앞당길 계획”이라고 했다.
류재일·강경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