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17시간 동안 손과 발 모두 묶어 70대 환자 숨지게 한 정신병원

2013년 속초서 치료받던 전모씨

격리·강박 조치로 의식잃고 숨져

국가인권위, 병원장 검찰에 고발

속초의 한 정신의료기관이 입원 치료를 받던 70대 노인을 17시간 넘게 묶어 놓았다가 숨지게 한 사실이 인권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현병철)는 28일 알코올중독 치료를 위해 속초의 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70대 노인을 17시간50분간 침대에 양손과 양발을 끈으로 묶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병원장 최모(37)씨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또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게 숨진 노인의 가족들에 대한 법률구조를 요청하는 한편 속초시장에게 지역 내 정신보건시설에서 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병원장 최씨는 2013년 11월22일부터 23일까지 17시간50분간 알코올중독 치료를 위해 자신의 병원에 입원한 전모(72)씨를 알코올 금단 증상을 보인다는 이유로 양손과 발을 침대 네 귀퉁이에 묶는 격리·강박 조치를 취한 혐의다.

이 같은 격리·강박 조치를 당한 전씨는 침상에 앉는 것을 부축해야 할 만큼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상태였고, 급기야 거의 의식이 없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악화되면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11월26일 새벽 4시20분께 숨졌다.

인권위는 원장 최씨가 직접 관찰해 강박의 필요성과 지속시간을 판단하지 않고 간호사의 보고만 듣고 지시한 점을 종합해 볼 때 헌법과 정신보건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전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해 격리·강박을 당하면서 상태가 악화된 점을 고려할 때 전씨의 사망과 최씨의 격리·강박 지시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해 최씨를 형법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신보건법 제46조 제1항은 제한된 경우에 한해 환자를 격리하거나 묶는 등의 신체적 제한을 허용하며, 이러한 격리·강박은 위험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환자 본인의 치료 또는 보호를 도모하는 목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인권위에 접수된 이 같은 정신보건시설 관련 진정사건은 전국적으로 2011년 1,337건에서 지난해 2,775건으로 2배 급증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정신병원 내 폭행 방지 대책으로 △진정 제기 없이도 가능한 방문조사 활성화 △CCTV 보존기간 1개월 이상 의무화 등을 제시했으며, 격리·강박과 관련해서는 올해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강경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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