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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아파트 놀이터가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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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도내 97곳 폐쇄…갈 곳 없는 아이들

안전관리법 시행 이후 수천만원 개선비용 부담

도 “안전기준 통과하면 재운영 … 지원방안 강구”

지난 28일 오전 춘천시 후평동 한 아파트단지 내 99㎡ 면적의 놀이터에는 온통 '위험'이라고 적힌 붉은 출입금지 띠가 둘러져 있었다.

미끄럼틀과 철봉에도 온통 위험을 알리는 띠가 거미줄처럼 엉켜 있었고 작은 폐쇄 안내문에는 “관계법령에 따라 잠정폐쇄한다”는 자초지종을 알기 힘든 글만이 적혀 있었다. 이 놀이터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아이들이 뛰어 놀던 곳이다. 갑작스럽게 놀이터를 잃은 아이들은 아쉽고 당황스러운 듯 놀이터 주변을 서성거렸다. 놀이터에서 만난 임모(13)군은 “일곱 살 동생과 매일 놀던 곳인데 이제 동생과는 집에서만 놀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피아노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2명의 열한살 동갑내기 여자아이들은 “학원 끝나고 놀이터에서 같이 놀기도 했는데 지금은 바로 집으로 간다”고 말했다. 15층 14개 동, 1,309세대가 거주하는 이 아파트단지 내에는 5개 놀이터가 있다. 그러나 한 달 전 춘천시가 운영하는 1곳을 제외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관리하는 4개 놀이터는 모두 폐쇄됐다. 갑자기 놀이터가 사라진 이유는 법과 돈이다. 정부는 어린이 놀이시설의 안전사고를 예방한다는 이유로 2008년 1월 모든 놀이시설이 사설 안전검사기관의 안전검사를 통과해야 하는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을 시행했다. 놀이터 개선비용 등의 문제로 계속 유예됐다가 지난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자 지난 26일을 기준으로 검사를 받지 않은 놀이터들이 일제히 폐쇄된 것. 이로인해 불과 1년 사이 전국 1,696곳의 놀이터가 폐쇄됐으며 도내 역시 97곳의 놀이터가 사라졌다.

안전에는 공감이 되지만 대안없는 폐쇄와 수천만원에 달하는 놀이시설 개선 비용에 대한 불만은 커져만 가고 있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공사 비용이 너무 비싸 대규모 아파트 단지조차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손자와 함께 놀이터를 찾는다는 한 60대 아파트 주민 역시 “관련법 개정 때문에 폐쇄한다고만 써놓고 구체적인 폐쇄 이유나 앞으로의 대책이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폐쇄된 놀이시설도 언제든지 검사를 받아 안전기준을 통과하면 재운영할 수 있다”며 “시·군별로 노후 어린이 놀이시설 등이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각종 지원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최기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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