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구직자 두번 울리는 대포통장

취업 사이트에 구인 공고 … 합격통보 후 통장사본 빼돌려

사기 방법 갈수록 진화해

경찰 "비밀번호 유출 주의"

대포통장 모집책들이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 기업체의 직원 선발을 빙자한 글을 올린 뒤 전화를 건 청년들의 계좌 등을 몰래 빼내 취업 준비생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

취업 준비 중인 하모(여·18·춘천)씨는 지난 23일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 검색을 통해 춘천의 한 대형마트 안내직 모집 공고를 보고 게재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대형마트 본사 과장이라고 밝힌 남성은 전화로 간단한 면접을 본 후 합격을 통보하고 이날 오후 동서울터미널로 가는 버스 편으로 통장 사본, 체크카드, 통장 비밀번호, 이력서, 신발·옷 사이즈, 신분증 사본 등을 상자에 담아 보내라고 하씨에게 요구했다.

그리고 통장 비밀번호는 회사 정책상 안내데스크 지원비와 월급이 함께 지급됨에 따라 지원비만 따로 빼내기 위해 필요하고, 체크카드는 31일 춘천 방문 시 돌려주겠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에 연락처가 게재된 대형마트 본사 과장의 말이기에 그대로 믿고 실행했던 하씨는 5일 뒤 은행 측으로부터 하씨의 계좌에서 449만원이 입금됐다가 한꺼번에 인출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수상하게 여긴 하씨는 28일 본사 과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에 실패했다. 직접 해당 마트를 찾아가 문의했지만 그런 직원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하씨에게 대포통장 모집책에 속았다고 알려줬다.

이와 함께 대포통장을 사용하도록 해주면 사례하겠다는 식의 문자도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직장인 이모(34)씨는 최근 “입출금 사용 안 하는 계좌를 받는다. 절대 불법으로 사용되지 않으며 최소 2계좌 기준 월 300만원에서 최대 3계좌 450만원까지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대포통장 모집 방식이 진화하면서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도 늘고 있다”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카드와 비밀번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경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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