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폐지 주워 손녀 키우는 70대·가장 잃은 정신지체 모자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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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 어려운 공동명의 재산 등에 발목

극빈층 3,500가구 복지사각지대 방치

김모(75·춘천) 할머니는 폐지를 주우며 초등학생인 손녀와 함께 살고 있다.

심근경색과 당뇨 등으로 쓰러진 적도 있지만 손녀의 학비나 간식값이라도 벌어야 하기 때문에 길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

이렇듯 아무런 소득도 없이 단 둘이 하루하루 고단하게 살고 있음에도 기초생활수급을 비롯해 최소한의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병으로 숨진 김씨의 아들이 남긴 억대의 건물이 한 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건물은 5년 전 손녀를 두고 가출한 후 연락이 끊긴 며느리와 공동명의로 돼 있어 아무런 재산권 행사를 못 하고 있다.

할머니와 손녀는 아들 건물에서 살지 못하고 월세를 전전하면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김 할머니는 “아들이 남긴 건물을 처리하려 해도 집 나간 며느리가 있어야 하지만 연락두절 상태이고 자칫하다간 손녀 몫까지 빼앗아 갈까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결국 재산이 있지만 생계에 도움도 되지 않고, 돈이 없어 손녀에게 과자 하나 못 사주는 것이 미안하고 가슴아플 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양모(76·춘천) 할머니도 쓰레기더미가 된 집에서 마찬가지로 정신장애를 앓고있는 30대 아들과 필리핀 이주여성인 며느리, 4살 난 손녀와 살고 있지만 숨진 남편 명의의 집과 땅이 있어 기초생활수급자에는 선정되지 못했다. 이들의 재산은 상속자가 모두 장애를 앓고 있다 보니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결국 춘천시가 재산권 행사를 위한 법률상담과 체납된 전기이용료 50만원을 대납하고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처럼 도움이 절실하지만 실제로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서류, 행정상의 재산에 발목 잡혀 기초생활수급자에 선정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주민들이 도내에서만 수천가구에 달한다.

지난해 이 같은 이유로 복지혜택을 받지 못해 지자체에서 긴급복지 지원을 한 가구는 춘천 1,115가구, 원주 1,192가구, 강릉 1,200가구 등이었다.

이강욱 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장은 “저소득층, 특히 노인들은 필요한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최소한의 복지나 의료 서비스만 제공해도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최기영·정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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