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구제역 `물백신' 사실로 드러나

英 연구소 시험결과 효과 미미

백신 135만개 투여 구제역 못막아

신형백신 농가서도 병 발생 논란

구제역 예방을 위한 '백신'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이미 축산농가에서는 오래전부터 불신을 드러내 왔음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의 필요성만을 강조하던 정부가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로부터 백신의 효과가 적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효과 적은 것 사실로 판명=농림축산검역본부는 최근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인 영국 퍼브라이트로부터 기존 구제역 백신주(O Manisa)와 지난해 12월 충북 진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간의 면역학적 상관성이 0.1~0.3이라는 연구결과를 통보받았다.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예방 효과가 좋지만 기존 백신은 그만큼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도내 사육 돼지인 45만여 마리에게 세번 이상은 투여됐을 만큼인 135만개의 백신이 농가에 보급됐지만 지난 2월22일 도내에서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계속 확산되면서 춘천·원주·철원 등 7곳의 양돈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 총 1만7,375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현재용 대한한돈협회 춘천·화천지부장은 “수백만원을 들여 백신을 돼지들에게 접종했는데 이제 와서 효과가 적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런 식이라면 결국 모든 피해는 축산농가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접종을 해도 일부 개체에서 구제역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백신 접종을 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도 관계자도 “기존 백신 접종을 잘한 양돈농장은 그나마 살처분한 돼지가 적은 사실만 봐도 기존 백신의 효과는 있다”고 설명했다.

■신형 백신도 효과 의문=이처럼 '물백신'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도입한 신형 백신을 접종한 농가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마저 제기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31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우남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신형백신(O 3039 백신주)을 접종한 746곳 중 26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김 의원은 “구제역이 발생한 26개 농가 중 10곳은 접종 후 2주가 지나 항체가 형성되기 충분했고, 실제 8곳은 항체가 생겼는데도 구제역에 걸렸다”면서 “신형 백신 역시 효능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대 교수는 “국내 발생 중인 구제역과 신형 백신이 잘 맞지 않거나 백신의 품질이 불량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효능이 떨어지는 백신을 접종해 항체가 발생해도 구제역에 감염되면 결국 다양한 구제역 변종바이러스를 출현시켜 구제역 종식이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강경모기자 kmriver@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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