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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연평해전 13주기]“동료 구하려다 온몸 100여개 파편 반드시 살리겠다고 다짐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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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동혁 병장 치료했던 이봉기 강원대 교수.

◇ 故 박동혁 병장의 치료를 맡았던 이봉기 교수. 박승선기자

“저 병사는…, 왜 저렇게 다쳤어요?”

2002년 6월30일 국군수도통합병원에 복무 중이던 한 군의관이 인공호흡기와 수많은 약병 의료기계에 매달려 있는 젊은 병사를 보고 내뱉은 말이었다.

그 병사는 바로 전날 북한 고속정과 사투를 벌여 격퇴시킨 참수리 357정의 의무병 박동혁 병장(당시 상병)이었다.

옆 침상에 누워 있던 부정장 이희완 중위가 대신 대답했다. “우리 배의 의무병인데 부상자들 치료한다고 뛰어다니다 그랬습니다”

당시 군의관이었던 강원대병원 심장내과 이봉기(46) 교수는 아직도 2002년의 그날을 잊지 못한다. 제2연평해전 이튿날 고(故) 박동혁 병장과 처음 만난 날이다.

박 병장은 출혈로 쇼크상태였고, 온몸에 100여 개의 총탄과 파편이 박혀 있었다. 그를 살리려 정형외과, 외과, 순환기내과, 신장내과, 비뇨기과, 이비인후과 군의관이 총동원됐다. 이 교수는 “부상당한 동료들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정작 자신이 가장 많이 다쳤다는 말에 가슴이 울컥했다”며 “말은 안 했지만 '반드시 살리겠다'고 서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조금씩 회복하던 박 병장은 결국 84일 만에 숨을 거뒀다. 이 교수는 “박병장을 만났던 모든 군의관의 가슴에 구멍이 난 것 같았다” 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교수는 최근 영화 연평해전의 시사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자신이 치료했던 이철규 상사와 권기형 상병 등을 만났다. 골반 등 하체에 큰 부상을 입었던 이 상사는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고, 왼손을 관통당했으나 방탄조끼 끈으로 팔을 묶고 한손으로 응사했던 권 상병은 얼마전 대기업에 취업했다.

이 교수는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이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기영기자 answer07@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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