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주소지는 춘천, 생활권은 홍천 학교 가느라 위장 전입 대부분

행정구역 조정 요지부동에 애꿎은 주민들만 불편

춘천 북산면 100여가구 고통

철원도 세금은 경기 포천에

국도 관리는 원주국토청 관할

정부 “별도의 법령 등 방안 검토”

춘천시 북산면 박건하(75)씨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가슴을 쥐어짰다. 1973년 소양강댐 건설로 '육지 속 섬'이 된 춘천시 북산면 조교리, 물로리 주민 100여 가구 주민이 면사무소 한번 다녀오려면 홍천군 두촌면, 인제군과 양구군 남면 등 3개 시·군을 거쳐 68.36㎞를 가야 한다. 또 농자재를 사러 춘천 신북농협에 가려면 서울~춘천과 중앙고속도로 2곳을 경유해 1시간25분 거리의 71.71㎞를 달려야 한다.

행정구역과 실제 생활권이 달라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심각했다. 전영길(72)씨는 “거리 때문에 정작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는 춘천 신북농협은 못가고, 비조합원으로서 이웃의 홍천 두촌농협에 가서 농자재나 생필품 등을 구입하느라 손해가 막급”이라고 했다.

행정구역과 연동되는 경찰이나 119소방서비스도 제대로 못 받고 있다. 또 자녀나 손주가 중·고교를 갈 때 주민등록법을 위반해 '위장 전입'을 한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 하지만 주민들의 바람과 달리 행정구역 조정은 춘천시와 홍천군 간의 셈법 속에 40여 년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땅을 내줘야 하는 춘천시는 면적이나 인구, 세수 등 불이익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의 행정권을 넘기면 남이섬 인근 등 다른 민원 지역으로까지 논의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또 시·군 간 경계조정 등에 대한 현행법상의 미비점도 한몫하고 있다.

춘천뿐만 아니라 원주시는 1973년 기형적인 행정구역 조정으로 호저면 만종리와 판부면 서곡리 일부 지역민이 40여 년째 불편을 겪고 있다.

철원군의 경우 행정과 경찰은 도 관할이지만 검찰 및 법원은 경기도 의정부로 관할지가 이원화됐고, 세금은 경기도 포천, 국도 관리는 원주국토청이 관할하는 등 제각각이다. 전국적으로는 부산시의 경우 부산 진구와 연제구 2개 행정구역에 걸쳐 건립된 한 아파트의 조정이 무려 14년을 끌다 양 지자체 간 '세금 등의 물밑 거래' 등을 통해 최근 겨우 성사됐을 정도이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행정구역 조정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현행 지방자치법을 보완하거나 별도의 법령을 만드는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정국·류재일·김설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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