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춘천 유일 판자촌 노인들 추위와 사투

◇'돼지골' 주민 한모씨가 난방이 안돼 추운 집 안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춘천 후평동 '돼지골'

20여가구 냉골에 덜덜

혹독한 겨울과 함께 춘천 유일의 판자촌 '돼지골' 노인들의 사투도 시작됐다. 27일 오전 영하 7도의 한파속에 춘천시 후평동 일명 돼지골 마을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몇몇 집의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며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6·25 후 봉의산 비탈에 판잣집을 짓고 돼지를 키우며 살았다고 해 돼지골로 불리는 이곳에는 노인들만이 남아 판잣집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고 있다. 50년 넘게 마을에 살고 있는 박모(여·79)씨는 “갑자기 추워져 곤욕”이라며 “여기 노인들은 대개 80대로 거동이 불편해 연탄을 줘도 때지 못한다”고 말했다.

20여 가구의 노인들이 모여 사는 돼지골에는 다섯 가구만이 연탄보일러를 사용한다. 고령의 독거노인들은 거동이 불편해 연탄불을 자주 꺼뜨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1드럼(200ℓ)에 20만원을 호가하는 등유 값은 노인들에게 벅차다.

주민 한모(여·77)씨는 월세 5만원의 23㎡ 작은 집 앞마당에서 한 달치가량 남은 연탄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씨는 “연탄을 지원해달라고 전화하고 싶지만 미안해 말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밤에만 잠깐씩 연탄을 쓰고 있는 한씨는 단 하루라도 뜨거운 방바닥에 몸을 녹이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한재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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