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학교폭력에 눈감은 학교 피해자 보호 손놓은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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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여학생 동급생에 폭행

학교에 신고해도 늑장 조치

수련회 방 변경 요구도 묵살

학교 “평소 친해 방 안 바꿔”

참다못한 피해자 경찰 신고

경찰 가해자에 전화로 확인

신고 이유 또 보복폭행 당해

경찰 뒤늦게 피해자 쉼터 입소

속보=10대 가출소녀가 동급생에게 세 차례 폭행(본보 18일자 5면 보도)을 당하는 동안 학교와 경찰은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신고 사실이 가해 학생에게 알려져 피해 학생은 보복폭행까지 당했다.

경찰과 학교 등에 따르면 춘천 모 고교에 재학 중인 A(17)양은 지난 10일 밤 같은 반 B(18)양 등 또래 친구 3명에게 얼굴과 팔을 40여 차례 맞았다.

또 지켜보던 4명은 A양에게 “신고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강요하며 녹음까지 했다. 이들의 폭행 이유는 'A양의 할머니가 A양의 가출 신고를 하면서 자신들의 모임 장소가 학교에 알려졌다'는 것이었다.

A양은 얼굴의 실핏줄이 터지고 팔뚝에 멍이 든 채 다음 날인 11일 2박3일 일정의 학교 수련회에 참석했으나 담임 선생님을 비롯, 아무도 A양의 상처를 알아채지 못했다. 수련회 이튿날인 12일 A양은 직접 학교에 폭행 피해를 털어놓고 B양과 함께 배정된 숙소를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학교에 돌아가 조치해 줄 것이고 숙소 배정 변경은 안된다”고 했다.

결국 A양은 이날 밤 B양 일행에게 두 번째 폭행을 당했다. 나머지 수련회 일정도 가해 학생들과 함께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평소 서로 워낙 친하게 지내 방 배정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학교 측은 14일 B양 등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회부했다. 하지만 B양 등은 A양의 신고 사실을 알고 A양의 SNS에 욕설을 남기며 위협했다. 이에 A양은 16일 오후 6시께 결국 경찰 지구대를 찾아 학교폭력 피해 신고를 했다. 그러나 경찰은 A양 앞에서 B양 등에게 전화를 걸어 “너희가 A양을 때린 것이 맞느냐”며 사실 확인에 치중했다. 112신고 여부까지 알게 된 B양은 이날 밤 마주친 A양을 또다시 폭행했다.

경찰은 본보 기사가 보도된 18일 뒤늦게 A양을 쉼터에 입소 조치하고 비상 스마트워치 등을 지급, 보호에 들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에서 A양에게 추후 경찰에 신고할 것을 안내했고, 가해 학생들도 이 내용을 들었다기에 확인했을 뿐”이라며 “피·가해자 격리 조치 등은 신경쓰지 못했다”고 했다.

정윤호·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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