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추석 대목 앞두고 배추 무름병 무 추대 현상 수확 포기

추석을 앞두고 무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6일 강릉시 왕산면 고단리의 한 무 재배농가가 무에 흰꽃이 피고 꽃대가 자라는 일명 추대(抽臺)현상으로 인해 상품가치가 떨어져 전량 폐기해야 될 상황이다. 무꽃이 피면 영양분이 꽃으로 가 생육이 더디거나 멈추고, 상품 가치가 없어 팔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대현상은 강릉을 비롯해 정선 임계와 평창 대관령 일원에서 발견되고 있다. 강릉=권태명기자

속타는 농심

강릉 왕산리 2만평 무 밭

15%만 수확 가능 망연자실

태백 매봉산 배추농가

100㏊ 중 생육 이상 31.8㏊

추석 대목을 앞두고 도내 고랭지 배추와 무 재배농가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지난 여름 지독한 폭염에 이어 무 추대 현상과 배추무름병까지 겹쳐 일부 농가는 아예 수확을 포기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6일 오전 11시 강릉시 왕산면 고단리의 한 무밭에는 하얀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무에 꽃이 피는 추대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무청에 꽃이 피면 뿌리로 가야 할 영양분이 줄기로 향해 생육이 급격히 저하된다. 2만여평의 무를 재배한 전모(55)씨는 “수확 가능한 무는 전체의 15% 정도 밖에 안 된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크기가 작아 결국 상품 가치를 잃어 출하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전씨는“10년 동안 농사를 했는데 추대 현상이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올해는 아무래도 품종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고랭지채소를 많이 재배하는 정선군 임계면의 일부 무밭도 마치 메밀꽃을 연상케 할 정도로 무꽃이 피어 피해 정도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도내 최대의 고랭지 배추 생산지 중 하나인 태백 매봉산에서는 출하가 한창 진행 중이지만 농민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올해 유난히 더웠던 날씨 탓에 배추 속이 누렇게 썩는 등 배추무름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멀리서 바라봤을 때는 푸른 배추 물결이 넘실거리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겉만 파랄 뿐 속은 누렇게 썩어 있었다.

농업관측본부 자료에 따르면 매봉산의 배추 재배면적 100㏊ 중 생육 이상 면적은 31.8㏊에 달한다. 매봉산 고랭지 배추밭은 전국에서 가장 넓어 추석 물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농업관측본부 관계자는 “매봉산의 생육 이상 면적은 아예 출하가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고랭지 무도 기상 악화로 인한 추대 등이 발생해 9월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18%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강릉=임재혁기자 jaehyek@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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