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외국인 노동자 없으면 농사 못 지어” 농촌 고령화가 부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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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석개재 승합차 전복사고 근본 원인은

농번기 도내 일손 부족 심각

원정 출퇴근 영농 의존 반복

인력사무소 대부분 영세·무등록

과속·졸음운전 사고위험 높아

도 “농촌인력 내국인 지원 전무”

속보=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승합차 전복사고(본보 23일자 1·5·14면 보도)는 농촌 고령화가 부른 참사였다. 일당 6만원을 받기로 하고 원정 쪽파 작업에 나섰다 사고를 당한 탑승자 16명 가운데 9명은 태국인이고 나머지도 대부분 70대 이상의 여성이었다.

강릉, 삼척, 태백, 정선, 양구 등 도내 고랭지채소 재배지에서도 농번기를 중심으로 원정 출퇴근 영농이 이어지고 있어 대형 사고 위험이 높은 실정이다.

도에 따르면 올해 도내 농가에서 지자체에 신청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2,253명이지만 실제 배정된 인원은 72.9%인 1,643명에 불과하다. 필요 인력보다 실제 투입되는 인력이 적은 데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체류기간도 3개월에 불과해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외국인 불법체류자나 고령의 여성 인력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농사철이 되면 농가는 인력사무소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일당이 저렴한 노인이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선군 임계면 고랭지배추 재배지에서는 수확기에 매일 5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양구군 해안면에서도 봄, 가을 감자 수확철이 되면 하루 10대 이상의 승합차가 춘천 등에서 근로자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문제는 근로자들을 태우고 다니는 인력사무소들이 영세하거나 농번기에만 임시로 운영되는 무등록 업체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체들은 노후 차량을 운영하면서 정원보다 많은 근로자를 태우고 다닐 때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사고차량은 2002년식으로 17년이 경과한 그레이스 승합차였다. 지난해에는 전남 영암에서 2002년식 미니버스가 전복되면서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근로자들을 실어 나르는 승합차들은 영농 시간에 맞추기 위해 새벽에 출발하는 경우가 많아 과속 운전, 졸음 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 관계자는 “매년 지자체 등에서 농촌 인력 지원 공고를 하고 있지만 젊은 층을 비롯한 내국인 지원자는 전무하다”며 “무등록 업체에서 고용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경우 임금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숙련도가 높아 농가에서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교통사고 등의 위험에 대한 지적이 있지만 농촌 인력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고용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전명록기자 amethy@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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