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시민 의지 발판 강릉 유치 충분 … 율곡학 기반 道 대표기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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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권 국학진흥기관 육성방안 심포지엄

◇강원권 국학진흥기관 육성방안 심포지엄이 20일 강릉 스카이베이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박진오 강원일보 대표이사, 박원재 율곡연구원장, 강희문 강릉시의원, 위호진 도의원, 최상복 강릉교육장, 김년기 강릉시문화관광복지국장을 비롯한 전문가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강릉=권태명기자 ◇정정숙 대표이사, 오용원 실장, 위호진 도의원, 이준호 과장, 김년기 국장, 이상균 교수, 권혁순 논설실장(좌장)

정정숙 “지역학 시스템 육성 늦지 않아”

오용원 “지자체-기관 상생적 노력 기대”

위호진 “선양인물 많은 강릉에 유치해야”

이준호 “도 전체 아우를 기관 설립 필요”

김년기 “율곡연구원 재단법인 개편 지원”

이상균 “강원학연구센터와 중복피해야”

권혁순 “강릉시민 뜨거운 유치열기 확인”

지방분권 시대를 맞아 지역의 역사와 문화, 인물, 전통문화 등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민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애정을 갖게 하는 것이 지역의 역사문화와 전통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많은 광역자치단체가 국학진흥기관을 설립해 지방학 혹은 국학을 부흥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원도와 강릉시도 1993년 율곡연구원을 설립해 한국국학진흥원이 있는 경상북도 안동보다 발 빠르게 움직였지만 아직 갈 길이 여전히 멀기만 하다. 이에 강릉시와 율곡연구원, 강원일보사가 공동으로 지난 20일 강릉 스카이베이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강원권 국학진흥기관 육성방안 심포지엄을 열고 각계 전문가의 고견을 듣고 발전방안을 논의했다.

■주제발표

△정정숙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지방분권이 본격화되면서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지역학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됐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사상가가 없는 곳은 지역의 정신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짜내야 했다. 이러다 보니 각 지자체별로 국학진흥기관을 만들기 위해 애써 왔는데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1993년 설립된 강원도 강릉의 율곡연구원이다. 이후 1995년 경북 안동에서 한국국학진흥원을 만들었고 2007년 경남 산청에 한국선비문화연구원이, 2017년 광주에 한국학호남진흥원이 설립됐다.

그러나 현황을 살펴보면 충격적이다.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은 26만4,112㎡ 부지에 1년에 300억여원의 예산으로 운영되지만 율곡연구원은 645㎡ 부지에 1년 예산이 고작 4억8,000만원이다. 부지는 400배, 예산은 60배가량 차이가 난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있는 안동은 지자체나 시민, 출향 인사들은 퇴계를 연구할 의지가 있었고 의지를 뒷받침해줄 제도와 시스템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강릉은 율곡 연구 가치를 알고 초기에 출발했지만 그것을 지속하고 확산하겠다는 의지 발현이 약해 제도나 시스템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고 지금부터 대비해 주민들이 누릴 수 있다면 지금도 강원권 국학진흥기관 육성은 늦지 않았다고 본다.”

△오용원 한국국학진흥원 기획조정실장=“한국국학진흥원은 2002년 건물을 준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경상북도와 안동시가 각각 출연해 민법 제32조에 의거, 문체부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경북은 설립 초반에 27억원의 예산을, 올해는 42억원을 지원했다. 안동시도 설립부터 지금까지 매년 12억~15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올해 한국국학진흥원의 예산은 300억여원인데 운영비 62억원은 경상북도와 안동시가 지원하고 사업비는 국비 120억원을 포함한 215억원 정도다.

율곡학을 기반으로 강원권 국학진흥기관 육성을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겠다. 첫째, 기관의 정체성 정립과 중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차별화와 특성화된 기관정체성 수립, 율곡학의 학적 정립과 지역학의 기반 확립, 향후 10년의 미래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둘째, 전통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의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 사장된 강원문화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지자체와 연구기관의 상생적 노력, 지자체의 지속적인 예산 지원도 수반돼야 한다. 셋째, 기관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국학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고 홍보해 일반인들에게 보급하는 사업은 중요하다. 율곡연구원도 이런 것들이 꼭 필요하다. 강원도나 강릉시의 예산만 바랄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하는 사업, 연구기관 발주사업을 전문 연구인력들이 수주하는 등 자생력을 증대시켜야 한다.”

■종합토론

△위호진 도의원=“강원도가 선양하는 10명의 강원의 얼 선양인물 중 5명을 배출한 곳이 강릉이다. 도내에서 선양인물이 가장 많은 도시다.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는 한국 철학의 쌍벽을 이루는 위대한 인물이다. 그러나 현재 학문적 연구는 퇴계 이황이 훨씬 앞서 나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지역의 목소리가 적다. 지역의 현안을 적극적으로 이슈화해 정책을 만들어야 하며 예산도 그에 맞게 지원돼야 한다. 강원학 진흥원이 선양인물이 가장 많은 강릉에 유치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이준호 강원도 문화유산과장=“이 심포지엄에 정말 많은 시민이 참석해 내심 놀라고 굉장히 부담감도 느꼈다. 오용원 국학진흥원 실장님도 말씀하셨지만 시작은 강원도가 빨랐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기에 강원도가 분발해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다. 율곡학이 강조되다 보니 율곡을 배출한 강릉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도민의 정체성도 살리고 자긍심도 늘릴 수 있도록 강원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기관 설립은 필요하다.”

△김년기 강릉시 문화관광복지국장=“율곡연구원이 사단법인으로 운영돼 사업비 외에 운영비 지원은 어렵다. 이러다 보니 설립 25년이 되도록 발전을 이룰 수 없었다. 명실상부한 국학연구기관으로서 강원도의 대표인물인 율곡 선생을 연구하는 기관으로 거듭나려면 재단법인 형태로 운영돼야 한다. 강릉시도 율곡연구원이 재단법인으로 확대 개편될 수 있도록 돕겠다. 강원도와 도의회에서도 적극 지원해 주시길 바란다.”

△이상균 강릉원주대 사학과 교수=“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에 논문투고를 하려다가 이곳을 알았는데 당시만 해도 국가에서 만든 줄 알았다. 그런데 경상북도에서 출연한 법인이라고 하더라. 전통의 고장이 안동이라지만 강원도의 전통의 고장은 강릉이다. 대구 경북학센터와 한국국학진흥원이 중복되는 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강원권 국학진흥기관 설립과 강원학 연구센터가 중복되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차장섭 강원대 교수(방청객 토론참여)=“강원학과 국학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국학은 전국에 내놓아도 국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강원권 국학진흥기관이 설립된다면 율곡 선생의 사상을 중심으로 한 유학 연구와 조계종의 뿌리인 선종의 발원지인 강릉굴산사를 중심으로 한 불교(범일국사), 여성학 등을 총괄하는 국학기관이 필요하다. 강원도에 있는 것을 전국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것이 국학기관이다. 강원일보에서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고 생각한다. 한 번의 행사로 끝날 것이 아니라 도와 시, 학자, 여성학 연구자, 시민들이 함께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속적인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

△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실장(좌장)=“주제발표자, 토론자 여러분의 고견에 감사 드린다.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민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오늘 객석을 꽉 채운 강릉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니 이 정도의 의지라면 국학진흥기관 유치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국학진흥기관 육성방안을 통해 강원도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만들고 도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지원하는 방안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정리=조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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