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혁신도시는 지금]'산불과 전쟁' 하늘서 사투 벌이는 숨은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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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산림항공본부 헬기조종사 안성철 기장

봄철 산불집중기간 크고 작은 불 잇따라 쉴 틈 없이 현장 투입

지형·바람·고압선·연기로 시야 방해 등 목숨 건 '고강도 업무'

강원도는 매년 크고 작은 산불에 악몽을 겪고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2017년 삼척 도계산불과 2019년 고성산불은 정부에서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많은 인명·재산 피해를 낳았다.

그러나 우리에겐 도내 산불을 끄기 위해 하늘에서 분투하는 영웅들이 있다. 가장 바쁜 봄철 산불집중기간을 맞아 아침 해가 뜨자마자 상공을 누비는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헬기조종사인 안성철(43·사진) 기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 기장은 2016년 강릉에서 첫 임무를 시작한 6년 차 조종사로 대형헬기인 'KA-32'를 조종하고 있다. 그는 “해가 뜨고 질 때까지는 헬기에 타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인다”며 “현재는 봄철 산불집중기간이다 보니 수시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산불을 끄기 위해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소속된 산림항공본부는 초대형헬기인 S-64 2대와 KA-32 3대, 중형헬기인 BELL412 1대 등 총 6대를 보유 중이다. 헬기를 이용해 매년 봄, 가을철 산불 진화, 인명 구조와 함께 항공 방제, 화물 운반 등 4개 임무를 주로 담당한다.

안 기장은 “새벽에 산불 현장에 투입되면 8시간 이상 헬기를 조종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종사들은 항공안전법상 안전 및 피로의 문제로 하루 최대 8시간까지 체공을 제한하지만, 대형산불과 같은 상황은 국가재난으로 분류돼 적용받지 않는다. 이는 반대로 말하자면 산불 진화의 경우 목숨을 걸 정도의 고강도의 업무란 셈이다. 그러나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현장에서는 지형, 바람, 고압전선뿐 아니라 연기로 인한 시야 방해 등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는 “2019년 강릉 옥계산불 때는 산 안에 고압선들이 연기에 가려져 이를 피하려고 고도를 상승하는 등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며 “한순간의 실수가 목숨을 앗아가기 때문에 임무에 집중해야만 한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업무 환경이 많이 변했다. 절반 정도 재택근무를 실시하거나 헬기 안에서도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만 한다. 안 기장은 “가끔 밀폐된 헬기 안에서 마스크 때문에 답답하거나 무전이 잘 안 들리는 불편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헬기조종사는 '불나방' 같다”고 언급했다.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무모하다는 뜻보다 악바리 근성으로 본인을 희생해 불을 끈다는 뜻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봄을 맞아 답답하셨던 기분을 등산으로 해소하는 시민도 많아졌는데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원주=김인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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