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강원의 자연생태]마음이 넓은 팽나무와 나비들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려 화려한 나비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산골 축축한 길을 걷다 보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고 짙은 갈색의 나비가 발자국 소리에 놀라 한번에 날아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녀석들은 네발나비과의 뿔나비다. 예전에는 네발나비과가 아닌 뿔나비과의 뿔나비로 분류를 했지만 이제는 네발나비과로 통합이 되어 분류가 된다. 네발나비는 성충으로 월동을 하는 나비 중에 몇 안되는 종류로 이른 봄에 출현을 하고 전년도에 짝짓기가 끝나 봄이 되어 새순이 돋아나면 산란을 한다. 이 녀석의 식수는 팽나무로 중부지방에도 서식을 하지만 주로 남부지방에 서식을 하는 팽나무 대신에 중부지방에 많이 서식하는 풍게나무에 산란을 한다.

 남부지방에는 덩치가 엄청나게 커다란 팽나무를 쉽게 볼 수 있지만 이곳 중부지방에서는 쉽게 발견할 수 없다. 하지만 중부지방에는 팽나무 보다는 풍게나무의 서식 밀도가 높기 때문에 같은 느릅나무과의 팽나무와 풍게나무에 뿔나비는 산란을 하게 된다. 웬만큼 자란 팽나무에 뿔나비가 산란을 하고 부화하고 유충이 되면 새 잎을 모두 갉아 먹어버려 마치 죽은 나무처럼 가지만 앙상하게 남는 경우도 있다. 잎이 없어도 시간이 지나면 팽나무에서는 다시 새순이 돋아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팽나무에는 뿔나비 뿐만 아니라 일본의 국접인 왕오색나비와 수노랑나비, 홍점알락나비, 흑백알락나비가 산란을 한다. 이 녀석들은 여름이 되면 성충이 되고 짝짓기가 끝나면 8월 중순경에 팽나무와 풍게나무에 산란한다.

 2령 애벌레가 되어 가을을 맞게 되는데 낙엽이 지기 시작하면 줄기를 타고 내려와 떨어진 낙엽에 붙어 길고 추운 겨울을 지난다. 그런데 여러 종류의 낙엽이 뒤섞여 있어도 꼭 식수인 팽나무나 풍게나무 잎에 붙어 월동을 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 팽나무의 새순이 돋을 때가 되면 하나 둘 지난 가을에 내려왔던 그 줄기를 타고 나무 위로 올라가는데 여러 마리가 한곳으로 몰리는 경우는 절대 없다. 먹이의 전쟁을 미연에 피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돋아나는 새순을 봄내 먹으며 자란 왕오색, 수노랑, 홍점알락, 흑백알락나비의 몸통이 어른의 작은 손가락 굵기 정도로 성숙해 지고 용화가 시작되어 번데기가 되면 약 15~17일이 지나 번데기를 찢고 화려한 성충이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여러 종류의 나비가 팽나무와 풍게나무와는 떼어 놓을 수 없는 상관 관계에 있다.

 하지만 여러 종류의 나비에게 자신의 몸을 내 맡기고 있는 팽나무, 풍게나무가 그들에게서 무엇을 받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인간은 그 나비를 보고 해충이라고만 얘기 하고 있다. 우리에게 정서적인 안정감 이라든지 자연학습을 할 수 있는 대상이 되어 주기도 하는 나비를 우리가 해충이라고 불러도 되는지는 알 수 없다.
사진·글=허필욱 강원곤충생태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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