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소이야기(2)

되새김질의 경이로움

사실 길들여 농사일 시키고 늙어 힘 빠지면 잡아먹었던 소인데, 요새는 기계가 힘든 일 다 하니 소 하면 키워 먹는 살코기 ‘한우’로 둔갑하고 말았다.

소의 밥통(반추위, ruminant stomach)을 ‘양’이라 하며 그것은 네 방으로 나뉘어 지니, 제1위는 혹위라 한다.

가장 커서 반추위의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검은 수건처럼 안이 오돌오돌한데, 구이로 쓴다.

제2위는 벌집위라 한다.

벌집 꼴을 하기 때문이다.

벌집위는 양즙을 내 먹는다.

제3위는 겹주름위라 하는데, 주름이 많이 졌다.

처녑 또는 천엽이라 하는데, 처녑전이나 처녑회로 좋다.

제4위는 주름위라 하는데, 진짜 위다.

막창구이로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쇠고기 부위가 쉰 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참 알뜰하기 그지없다.

내장은 말할 것도 없고 선지해장국감에다 뼈다귀에 소발, 쇠가죽에 붙은 질긴 수구레까지 벗겨 먹는다.

안심?등심?갈비?육회는 물론이고 뿔은 빗(櫛)으로, 껍질은 벗겨 구두를 만든다.

과연 소는 사람을 위해 태어났단 말인가?

소과 동물은 모두 반추(反芻-꼴을 되돌림)동물들이다.

초식동물들은 성질이 양순하고 특별한 공격방어무기가 없어 언제나 힘센 포식자(捕食者)에게 잡혀 먹힌다.

그래서 풀이 있으면 어서 빨리 뜯어먹어 일단 위(胃)에 그득 채워 넣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가서 되새김질을 한다.

아주 멋진 적응이요 진화다! 가장 큰 제1위인 혹위는 겉에서 보아 혹처럼 불룩불룩 튀어나와 붙은 이름이다.

여기에 짚을 집어넣으면 제2위인 벌집위로 넘어가 둥그스름한 덩어리(cud)가 된다.

되새김질감이 된 것이다.

그것을 끄르륵! 트림하듯 토(吐)하여 50번 이상 질겅질겅 씹어 되넘기면, 제2위를 지나 제3위인 겹주름위, 제4위인 주름 위를 지나 작은창자로 내려간다.

결국 제1,2위가 반추위인 셈이고, 그 중에서 혹위가 빵빵한 소 복통(배)의 3/4를 차지하니 거기에 약 150ℓ의 먹이를 채운다.

기름 한 드럼통이 200ℓ니 혹위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것이다.

제1,2,3위가 식도(食道)가 변한 것으로 주로 저장과 반추를 한다면 제4위인 주름위는 다른 동물의 밥통과 맞먹어서 강한 위액을 분비한다.

닭의 모이주머니는 식도의 일부이고, 모래주머니가 진짜 위인 것을 생각하면 되새김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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