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아이들이 보고 싶어요”

가정폭력 피해자들 보복 무서워

집에 못 돌아가고 쉼터로 내몰려

가해자 체포우선주의 도입 필요

박모(여·63·춘천)씨는 올해 초 30여년간 지속돼 오던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경찰에 신고한 후 집을 나왔다. 하지만 가해자인 남편은 버젓이 집에 있고 자신만 오갈 데 없이 쉼터에 있어야 하는 현실에 대해 법에 항의를 해봤지만 다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박씨는 “폭력을 당한 사람이 피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가한 사람을 잡아가야 하는 게 맞는 것이 아닌가”라며 “쉼터에서 보호를 해준다고 하더라고 내 집이 아니고 폭력을 당한 사람만 피해를 보는 현실이 너무 불합리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가정폭력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외도로 인해 아내를 살해한 대학교수에서부터 십수년 전 살해한 아내를 집 안에 유기하고 함께 살아온 사건, 지난해 춘천에서 외국인 아내를 살해하고 방화로 위장한 사건까지 아내 폭력 사망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실제 여성긴급전화 1366강원센터에 가정폭력 상담 신청 건수는 지난 1~3월까지 총 960건으로 평균적으로 하루에 10건 이상이다. 상담자의 대부분이 30~40대로 젊은 층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실제 폭력을 당하는 아내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 지난해 전국가정폭력실태보고에 따르면 2가족 중 1가족이 언어폭력을 포함한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정부는 가정폭력 예방에서 범죄처벌, 피해자 보호·지원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재점검한다는 취지로 '가정폭력 종합 대책안'을 발표했지만 그 내용이 기존 법률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대책안의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개인정보를 입력해야만 정부의 생계비와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사항이 인권침해가 우려되고 피해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인 가해자 '체포우선주의'도 대책안 속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통 가정폭력은 술이나 반사회적 성격장애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경우가 매우 많아 가해자와 피해자의 빠른 격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피해자들이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적인 보장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안소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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