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문화 불모지에 희망의 싹 키워가는 `네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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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문화예술의 희망을 본다…젊은 문화기획자 4인방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부른다. 그만큼 문화가 담당하는 사회적인 역할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문화에는 새로운 가치가 부여되고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문화기획'이라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문화기획자의 역할은 그런 의미에서 그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지순 도예총회장은 “우리 사회 전반의 모든 현상이 연관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문화는 이미 주변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며 “문화를 특정하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인지시켜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문화기획자들의 역할은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 불모지인 강원도에서 문화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는 젊은 문화기획자 4인방을 소개한다.

이선철 감자꽃 스튜디오 대표

평창에 들어온 지 올해로 꼭 10년째를 맞이하는 이선철(46·용인대 교수)씨는 평창읍 이곡리 폐교를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감자꽃 스튜디오'의 대표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기획실장으로, 또 유명가수들의 음반 기획자로 잘나가던 이 대표가 평창으로 오게 된 것은 건강 때문. 살을 빼겠다고 온 평창에서 그는 점점 문화기획자로서의 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감자꽃 스튜디오는 그런 그의 재능을 발휘하기에 제격인 장소였다. 그는 동네 주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을 개방해 신나는 봄소풍 축제를 열기도 하고 시골학교 음악회, 예술캠프 등을 연이어 개최했다.

내친김에 평창읍 동부 5개 리와 함께 '감자꽃 마을축제'까지 열어가며 감자꽃 스튜디오를 평창의 문화 랜드마크로 만들어 가고 있다. 서울이 고향인 이 대표는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올해 평창군민대상까지 수상하며 강원도 토박이로 변신하고 있다.

이재원 원주문화재단 사무국장

연극 '라이어' 등 유명 연극에 출연했던 이재원(43) 원주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연극배우와 기획사 실장으로 활동하다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인 원주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다가 얼떨결(?)에 지역의 문화기획자로 나서게 된 케이스다.

지난해 도내에서 21년 만에 열린 '제29회 전국연극제'를 준비하면서 지역 문화예술계가 서울의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그를 가만 놔둘 리 없었다.

주변의 권유와 부탁으로 행사 전반을 총괄하는 사무국장직을 맡게 된 그는 전국 250개 극단이 경합을 한 연극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 원주에서 열린 '2012 원주 다이내믹 페스티벌'의 사무국 살림도 꾸리게 된 이 사무국장은 주제공연인 '메나리'의 총연출로 스타연출가인 김재성씨를 영입하는가 하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댄싱카니발을 전국 최대 규모로 치러내는 등 다시 한 번 문화기획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권순석 문화컨설팅'바라 대표

권순석 대표는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문화컨설팅을 표방한 기획사인 '바라'를 만든 장본인이다.

문화컨설팅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했던 당시 지역의 풍토에서 공연기획과 축제기획을 위한 회사를 호기 좋게 설립했지만 그만큼 주변의 우려도 컸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아 이제는 도내는 물론이고 문화체육관광부 등 중앙에서 모셔가는 문화컨설턴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화행사나 축제의 컨설팅을 담당하면서 이와 관련된 토론회와 세미나, 자문회의 등에 사회자나 발제자, 토론자로 참여하는 그의 모습은 이제 문화판에서는 너무 익숙한 모습이다.

권 대표는 올해 초 도내 18개 시·군 관광 콘텐츠 개발과 관광 활성화를 위해 소설가 이외수씨의 아바타를 활용한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추진한 '이외수 아바타 강원대작전'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을 비롯해 교육컨설팅과 연구·조사, 지역컨설팅, 축제컨설팅 등을 통해 문화기획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 뱅크로 맹활약 중이다.

황운기문화프로덕션 도모의 대표

(사)문화프로덕션 도모의 황운기(38) 대표는 본업인 공연제작뿐 아니라 문화예술사회교육사업과 도내 각종 축제의 스태프지원사업, 국내 공연팀들의 해외 마케팅사업 등 무궁무진한 사업 아이템을 진행하는 브레인이다. 그는 좋은 공연을 만드는 극단을 넘어서 문화예술기업으로의 확장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새로운 실험을 진행 중이다. 또한 지역 문화예술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으로 안고 있다. 이런 그의 생각이 결실로 이어진 게 '2012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 고사 위기에 놓인 지방 소극장과 극단을 회생시키자는 취지에서 기획했고, 전국 5개 극단이 모여 공연과 워크숍 등을 통해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지역 최초로 봄내극장에 객석기부제가 도입된 것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자연스럽게 공연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시설 보완에 나서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낸 것. 이와 함께 청소년극단 '무하'를 창단, 화천 낭천별곡, 춘천낭만시장, 문화가 살아있는 5번가 프로젝트 등 그의 번뜩이는 재치와 아이디어가 구석구석에 묻어있다.

오석기·허남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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